李대통령 개헌 재시동, 4대 이유와 배경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헌법 개정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자 국회에서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원내 정당이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대선 전까지 개헌 논의에 신중했던 이 대통령이 직접 '단계적 개헌'에 힘을 실으면서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李 개헌 언급 뒤 6개 원내 정당, 지선 때 개헌 합의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6개 원내 정당은 19일 연석회의를 열고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비상계엄 요건 강화와 5·18 민주화운동·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원칙 등을 담은 개헌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개헌안에서 제외됐다. 대신 여야 합의 가능성이 높은 의제부터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 방식으로 물꼬를 트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개헌 움직임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 동력을 제공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우 의장이 제안한 단계적·점진적 개헌에 공감하며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진척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1979년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이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에서 부마항쟁도 넣자고 주장했던 기억이 나는데 한꺼번에 같이 하면 형평성에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5·18과 함께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 첫 아젠다도 개헌…올해 들어서는 처음 언급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대선 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4월 우원식 국회의장이 조기 대선과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국민투표를 제안했을 때 여권 강성 지지층에선 강한 반발이 나왔다.

이 대통령 역시 당시에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우선 내란 종식에 집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대선 국면에서 개헌 논쟁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특히 국민의힘이 '임기 단축 개헌론' 등을 앞세워 정치 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부담 요인이었다. 이에 민주당은 대선 이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뒤 개헌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인터뷰와 토론에서 "개헌이 시급한지 의문"이라며 "경제와 민생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대선 승리 이후에는 기류가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제헌절 메시지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나서주길 기대한다"며 취임 후 첫 국가적 아젠다로 개헌을 꺼냈다.

당시 그는 "12·3 내란이라는 초유의 국가적 위기도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롭고 질서있게 극복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며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과 기본권 강화, 자치분권 확대, 권력기관 개혁 등을 개헌 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난해 말까지 이 대통령은 두어 차례 더 개헌에 대해 언급했지만 개헌 이슈는  AI 대전환과 경제 대도약, 지방 주도 균형성장, 민생 안전, 사회개혁, 외교안보, 부동산 정상화 등 다른 주요 아젠다에 밀렸다. 우원식 국회의장만이 홀로 개헌 논의의 불씨를 이어오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최근 이 대통령이 다시 개헌 정국을 조성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이고, 무슨 이유에서일까?

다시 꺼낸 개헌 카드, 목적과 효과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헌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치권에서는 우선 이 대통령에 대한 안정적인 지지율이 개헌 추진의 토대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7%로 집계돼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둘째로 이 대통령의 개헌 논의 시동에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18과 부마항쟁을 함께 헌법 전문에 담으면 호남과 영남 민주화 운동을 포괄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국민 통합 효과를 내는 동시에 국민의힘이 반대하기 쉽지 않은 의제를 제시함으로써 정치적 압박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인 19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6개 정당과 무소속 의원을 합치면 약 188명 수준이어서 국민의힘 의원 일부의 동참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앞둔 개헌 추진에 대해 정략적 의도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세번째로 개헌 논의가 최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합당 논란, 특검 추천과 검찰개혁 갈등 등으로 불거진 여권 내홍을 봉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이러한 정치적 효과를 고려했을 때 "대통령이 개헌 시점을 반드시 지방선거 전에 맞추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개헌 논의를 주도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는 관측에 주목한다. 우 의장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주어진 국정과제 해결에 집중하고 이 (개헌 논의) 일은 국회와 국회의장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이 개헌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낸다면 의장 퇴임 이후 조성되는 민주당 당권 경쟁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이 대통령으로선 여권내 차기 주자군이 더 두텁게되는 부수적인 정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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