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코스닥시장을 1·2부로 나누고 상호 이동이 가능하게 하는 시장 분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우량기업과 부실‧한계기업이 한데 섞여 경쟁력 제고에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던 코스닥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것이 우리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진단하면서도, 코스닥 2부의 경우 자칫 '2부리그의 2부리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
우량기업·부실기업의 불편한 공존…코스닥의 한계
22일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공개된 금융위원회의 '코스닥시장 리그 승강제' 도입 방침을 두고 업계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코스닥시장을 성숙한 혁신 기업(프리미엄 세그먼트)과 성장 중인 스케일업 기업(스탠다드 세그먼트)의 2개 리그로 나누고 이동이 가능하게 해 역동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은 중소‧벤처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춰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취지로 출범했지만, 부실기업 정리 부진으로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지 못하고 성장이 가로막혀 있었다. 상장기업 수는 1700개가 넘지만, 주가가 1천 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가 10%에 육박한다는 점이 상징적인 단면이다.
무엇보다, 뉴욕증권거래소와 경쟁하며 독립적으로 성장 중인 나스닥과 달리, 코스피로의 고질적인 우량 기업 이탈이 이어지면서 지수가 정체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코스닥시장을 분리해 80~170개가량의 우량 혁신 기업을 1부 리그 격인 가칭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최상위 대표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지수를 새로 개발하고,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도 도입해 투자 기반을 넓힌다는 것이다.
2부 리그 격인 '스탠다드 세그먼트'는 그 외 성장 중인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하되 이들이 1부 승격을 목표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도록 여러 유인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시 기준과 진입 요건도 차등화해 두 시장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 짓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경쟁력 제고 기대에도…상장기업 간 격차 확대 우려
업계와 전문가들은 당국의 이 같은 계획이 코스닥시장의 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코스닥시장 내에선 혁신기업들이 부실기업들과 한데 섞여 저평가받는 경향이 있었다"며 "기준을 마련해 기업을 나누고 실적에 따라 이동이 가능하다면 코스닥시장 내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2부 리그'다. 가칭 스탠다드 세그먼트의 존재가 이곳에 속한 기업들에 낙인효과를 자아내고,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정한 자격이나 실적이 있는 기업들을 묶어준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이른바 '2부 리그' 기업들은 더욱 소외되고 거래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혁신 성장 기업의 경우 초반부터 실적을 내긴 어려운데, 그러한 기업들의 투자자 입장에서도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량기업들이 코스닥시장 자체에 잔류하도록 하는 유인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미국 나스닥과 달리, 코스닥에선 상장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너무 쉽게 코스피로 이전 상장해 버리는데, 그에 대한 제한이나 장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승강제가 전제인 만큼, 2부 리그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 경영을 잘하면 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1·2부를 가르는 기준 설정이 어려운 게, 숫자 지표로 시장을 가른다고 하면 가령 기술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과 같은 곳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을 가르는 지표를 세밀하게 설정하고, 1·2부 리그, 즉 프리미엄 세그먼트와 스탠다드 세그먼트 간 원활한 승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게 관건이란 설명이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진입과 퇴출이 극 시장 사이에 원활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2부 리그'가 억울한 낙인이 될 것도 없다"며 "이 제도가 코스닥시장 내 경쟁을 유발한다면 시장 전반의 레벨업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