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km 달리는 하이테크 SUV…벤츠 GLC, 공간·기술 다 챙겼다

디 올-뉴 일렉트릭 GLC 후미등. 벤츠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의 준중형 SUV GLC가 순수 전기차로 탈바꿈했다. 예상 외로 재밌어진 주행 질감, 빠른 충전, 넓어진 실내까지, 내연기관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포르투갈 알부페이라에서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세계 최초 글로벌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공개된 '디 올-뉴 일렉트릭 GLC(The all-new electric GLC)'는 전기차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깨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넓어졌고 예뻐졌다…신상 컬러는 '라벤더 실버'

신형 GLC는 메르세데스-벤츠 삼각별 엠블럼을 중심으로 격자 패턴의 대형 그릴 덕분에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새롭게 설계된 크롬 그릴은 이번 GLC에 처음 적용된 것으로, 빛을 발산하는 첨단 기술 작품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브랜드의 얼굴을 재정의했다. 그릴 내부는 촘촘한 매트릭스 패턴으로 채워져 있으며 양옆으로 날카롭게 뻗은 헤드라이트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범퍼 하단은 블랙 계열 스키드 플레이트가 적용돼 SUV 특유의 강인한 인상을 더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측면 라인도 인상적이다. 펜더에서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측면 라인은 볼록하게 솟아 있고, 바퀴를 감싸는 펜더 부분이 바깥으로 도드라지게 돌출돼 있어 스포티한 감각을 더했다. 여기에 루프라인도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낮아져 안정감을 더했다. 후면부는 이번 디자인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원형 후면등 두 개가 좌우 양쪽에서 빛을 발하면서 그 사이를 얇고 날카로운 수평 라이트 바가 가로지르는 모습이다.

신규 색상으로는 라벤더 실버가 추가됐다. 기존 GLC의 절제된 색상 팔레트에서 한 발 나아간 선택지로 젊은층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 올-뉴 일렉트릭 GLC 라벤더 실버. 벤츠코리아 제공

전기차로 전환되며 실내 역시 넓어졌다. 내연기관 GLC 대비 84mm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앞좌석은 레그룸이 13mm, 헤드룸이 46mm 더 넓어졌다. 뒷좌석은 레그룸 47mm, 헤드룸 17mm가 각각 추가됐다. 트렁크 용량은 570리터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1740리터까지 확장됐다. 차량 앞쪽에는 128리터의 프렁크(frunk)도 별도로 마련됐다.
 

1미터 대형 스크린에 다중 AI까지

디 올-뉴 일렉트릭 GLC 실내. 벤츠코리아 제공

차량 문을 열고 탑승하면 99.3cm에 달하는 심리스 엠비유엑스(MBUX) 하이퍼스크린이 반겨준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금까지 양산차에 적용한 스크린 중 가장 큰 크기로, 계기판부터 센터 콘솔, 조수석 디스플레이까지 하나의 화면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1천개 이상의 개별 LED가 독립적으로 밝기를 조절하는 매트릭스 백라이트 기술이 적용돼 어떤 환경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운전자에게는 직관적인 주행 정보를, 조수석 탑승자에게는 40개 이상의 앱과 비디오 스트리밍, 디즈니+ 직접 접속 등 개인화된 엔터테인먼트를 각각 제공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인공지능(AI)을 통합한 세계 최초의 차량 내 4세대 엠비유엑스다. AI 기반 가상 어시스턴트는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맥락을 이해하고 후속 질문에도 자연스럽게 답한다. 대화 중 최적화된 AI를 선택해 인터넷 전반의 정보를 통합 활용하는 이른바 '다중 에이전트 접근법'이 적용됐다.

여기에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스카이 컨트롤 파노라믹 루프'가 더해져 실내 공간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유리 표면 9개 구역의 빛 투과량을 개별 조절할 수 있으며 162개의 별 모양 앰비언트 조명이 유리 표면에 통합돼 탑승자에게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충전 걱정 끝"…동급 최고 수준 715km, 10분에 305km 재충전

충전 중인 디 올-뉴 일렉트릭 GLC. 박희원 기자

주행거리와 충전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했다. 최상위 모델인 GLC 400 4MATIC의 최대 주행거리는 715km로, 동급 프리미엄 전기 SUV 대부분이 500~600km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해 최고 수준이다(WLTP 기준). 800볼트 전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10분 정도만 충전하면 최대 305km를 달릴 수 있게 된다. 사용 가능 에너지 용량 94kWh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400볼트 급속 충전소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다.

30분만에 15%→90%까지 충전 가능하다. 박희원 기자

이번 포르투갈 현지 시승에서 실제 충전 데이터도 확인됐다. 배터리 잔량 15%에서 출발해 약 19분 만에 59%까지, 33분 만에 90%까지 충전이 완료됐다. 평균 충전 출력은 144~147kW 수준을 유지했다.

S클래스 에어서스펜션 이식…주행감 살렸다

주행 성능도 대폭 개선됐다. S클래스에 탑재됐던 에어 서스펜션이 이식됐고, 후륜 조향각을 최대 4.5도를 지원하는 '어질리티 & 컴포트 패키지'가 더해졌다. 요철과 진동이 차체에 전달되기 전에 능동적으로 반응해 SUV 특유의 출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제동 시스템도 새롭게 설계됐다. 원박스 브레이킹 시스템은 회생제동과 마찰제동 상황 모두에서 매끄럽고 일관된 감속 성능을 구현한다. 일상 주행의 99% 이상 상황에서 제동 시 전기를 생성하며, 최대 300kW의 회생제동 성능을 발휘해 주행거리 확보에 기여한다. 운전자는 D-, D, D+, D Auto 네 가지 회생제동 레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알아서 보고 멈춘다"…초당 254조번 연산하는 AI 브레인 MB.OS

주행 보조 기능은 외부 카메라, 레이더 센서, 초음파 센서로 구성된 MB.DRIVE 시스템이 담당한다. 모든 센서는 '메르세데스-벤츠 운영체제(MB.OS)'로 구동되는 고성능 제어 장치에 연결돼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다. 도로 상황을 주시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처리되면서 장거리와 시내 주행 모두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패키지에 따라 MB.DRIVE는 협력적 조향, 제동, 가속으로 운전자를 보조하며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도 개입 부담을 줄여준다.

앞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자 시스템이 즉각 반응해 시속 120km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속도로 자동 감속했다. 박희원 기자

현재 유럽에서 상용화된 자율주행은 레벨 2 수준으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는 조건 아래 차량이 조향과 가속·감속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포르투갈 현지 고속도로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주행 속도를 시속 120km로 설정한 상태에서 앞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자 시스템이 즉각 속도를 줄이며 안전 거리를 유지했다. 장애물이 사라지면 원래 설정한 속도로 다시 주행했다. 차선 변경도 자연스러웠다. 방향 지시등만 켜면 차량이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판단해 원하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이동했다.

이 모든 기능의 중심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운영체제(MB.OS)가 있다.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차량 편의기능, 충전 등 차량의 모든 측면을 통합 제어하며, 초당 254조 번의 연산을 수행하는 고성능 칩을 활용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인텔리전트 클라우드'와 연결돼 차량 전체 소프트웨어의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를 통해 GLC가 구매 후 수년간 최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달리는 콘서트홀"…정숙성과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정숙성 역시 전기차다웠다. 특수 유리막과 보충재를 결합한 음향 설계가 외부 소음 차단과 단열 효과를 동시에 잡아 주행 중 바람 소리와 노면 소음이 차내로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다중 흡음 구조가 더해지면서 고속 주행 중에도 동승자와 낮은 목소리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정숙함이 구현됐다.

이렇게 확보된 조용한 실내 환경은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을 극대화됐다. 이번 모델에 탑재된 에너자이징 컴포트 시스템은 3D 및 4D 사운드 기술을 접목해 앰비언트 조명, 마사지 기능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며 탑승자의 감각 전체를 아우르는 웰니스 경험을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C 400 4MATIC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 우선 출시하고, 이후 네 가지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하반기 중 국내 출시가 계획돼있다.

해당 기사에 포함된 제원 및 주요 사양은 글로벌 공개 모델 기준으로 국내 출시 모델은 달라질 수 있다. 주행거리(WLTP 기준)는 사전 내부 측정 결과로 공식 인증 수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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