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중'…CCO 이해인이 일하는 법, 대화하는 법[EN:터뷰]

CBS노컷뉴스는 신생 기획사 올마이애닉도츠를 설립한 이해인 CCO를 지난 12일 오후 인터뷰했다. 올마이애닉도츠 제공

올해 초, 이해인이 전 워너뮤직코리아 이사 출신인 김제이 CEO와 손잡고 신생 기획사 올마이애닉도츠(all my anecdotes)를 설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러 회사의 연습생을 거쳐, 엠넷 '프로듀스 101'과 '아이돌학교'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프로젝트 그룹 '아이비아이'(I.B.I)로 짧게 활동했던 그는 최근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클로즈유어아이즈(CLOSE YOUR EYES)의 프로듀서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긴 시간 아이돌이 되기만을 꿈꾸던 연습생에서, 이제 본인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내는 회사를 설립해 직접 아이돌을 만들어 내는 위치까지 올랐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오피스텔에서CCO(Chief Creative Officer)로서 막 걸음을 뗀 이해인을 만났다.

직접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였고, 이런 결론에 다다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좋아하던 기획사에서 연락을 받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주변 사람들도 '대기업을 한 번 경험해 보면 네가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고 했고, 본인도 '큰 시스템 아래서 정확하게 업무를 배우면 너무 좋겠다'라고 여겼다.

다만 해당 회사에서 준비 중인 아이돌 그룹은 구색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였다. 이해인은 "'내가 어떤 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고 어떤 환경에서 내 능력치가 잘 발휘될 수 있을까' 했다. (큰 회사는 역할이) 되게 세분화돼 있는데, 저의 넓고 얕은 지식이 통하려면 초안부터 잡아놓고 진행하는 게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뽑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 트레이닝하는 사람이 다 다르다 보면 그게 좀 어려울 것 같았다"라며 "회사라는 게 개인이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다 같이 하는 거고, (역할 세분화가 되면) 조금 더 기댈 구석이 많으니까 그런 걸 한번 느껴보고 싶으면서도 30대는 20대의 에너지와 어느 정도의 경험이 쌓여서 달릴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했다. 좀 더 시야 넓힐 수 있으니 (회사 설립을) 30대 초중반엔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해인은 키스오브라이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했고, 현재 클로즈유어아이즈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다. 올마이애닉도츠 설립 후에도 클로즈유어아이즈 프로듀싱은 계속할 예정이다. 각 공식 트위터

어떤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뚜렷했기에, 이미 회사에서 갖춰진 틀이 있는 상황에 본인이 '알맞은'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는 게 요지다. "(제 뜻을) 설득하기 위해 에너지가 많이 들 것 같고" "시스템을 재정비해서 나만의 롤(역할)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서", 본인과 비슷한 목표를 가진 김제이 CEO와 의기투합했다.

CCO가 하는 일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인사, 제작, 프로모션 전체에 관여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해인은 "아티스트나 직원들 그러니까 제작에 필요한 사람을 뽑고 회사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곡 고르고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어떻게 어느 업체와 어떤 방식으로 홍보할 건지 정하고 제반 비용을 제외한 예산 운영이라든지 회사의 큰 플래닝을 앨범 플랜에 맞게 정리하고 하는 일들들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올마이애닉도츠는 현재 '구인 중'이다. 회사가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은 40명인데, 단 한 명도 뽑지 못한 부서도 많다. 구체적으로, 아트팀과 영상팀, 트레이닝팀이 공석이고 A&R 부서도 사람이 부족하다. 이해인은 "그래도 '경험'이 되게 좋다는 걸 느꼈던 게, 여러 단계를 거쳐서 새 회사를 만들지 않았나. 지금은 어느 정도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는 걸 알고, 이게 영원한 힘듦이 아니라는 걸 아니니까 '지금은 그럴 때지, 지금 좀 고생하자'라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급하기는 한데 막 뽑으면 안 되잖아요. (이건) 사람 한 명 한 명이 만들어가는 일이니 최대한 신중하게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월급은 한 사람이 그달에 일한 결과라고만 생각할 수 있는데, 한편으로 그들(직원)이 살아온 인생의 조각을 제가 빌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가진 지식이나 철학, 경험을 저도 배우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내가 배울 게 있는 사람인가?' 하죠. 엔터(업계)가 인력난이기도 하고, 일 잘한다는 분들은 프리랜서로 하기도 해요. 그런 방향(프리랜서와 작업) 고민 안 했던 건 아닌데 같은 회사에서 팀워크 가지고 하는 게 외주랑 비교할 수 없는 시너지가 나요. 꼭 엔터 경력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로에서 찾아보고 저도 시야를 넓혀보려고 하는 중이에요."

누군가로부터 선택받기 위한 과정으로 긴 연습생 기간을 보낸 이해인은 이제 함께할 사람을 뽑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이해인은 외주 업체와 하는 부분, 변수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60% 정도는 같이 해 나가야 할, '팀원'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실무만 치다가 (직원이) 성장할 힘을 잃으면 안 된다"라며 "근본적으로, 그들의 성장에 일조하겠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올마이애닉도츠는 '나의 모든 일화'라는 뜻이다. 올마이애닉도츠 제공

그러면서 "제가 (일의) 말단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이 사람들을 잘 키워서 데려가야 끝까지 잘 남는 거란 생각이 든다. 돈을 많이 주든가, 일을 편하게 해 주든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하든가, 회사에 있으면서 배울 게 있든가 해야 한다. 제가 (스스로) '배울 게 있는 사람'이 되어서 배울 점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라고 부연했다.

건강하게 오랫동안 같이 일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뭘 바라는지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대기업'처럼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진 못해도, '성장'을 돕기 위한 지원은 최대한 하려고 한다고 이해인은 전했다. 앨범이나 곡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는 A&R 부서의 경우, 주기적으로 공연을 보러 다니도록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결국 이런 것이 '업무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해인은 "여가 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제작 활동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각자 인사이트(insight, 통찰력·식견)를 얻고, 함께할 공연 스태프를 확보할 수 있다. 아트팀은 시중에 나오는 다양한 앨범을 보며 공부할 수 있게 한다든지"라고 부연했다.

이해인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시대에는 미래에 엄청난 발전이 있을 수 있지만 또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들 한다. 저희도 직원들 미래를 같이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어떤 서포트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겠다 싶었다. 어떻게 시스템화할진 몰라도 내가 고민하는 걸 직원들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지금 정도 규모에선 그게 가능하다. '우리 회사는 성장할 수 있는 회사구나' 느끼게 하고 싶다"라고 바랐다.

투자 유치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청사진을 발표하러 다녀야 한다는 이해인. 그는 "(일하면서) 너무 장점이라고 느낀 게 제 루트가 특이하지 않나. 그래서 오히려 그런 거에 감이 없는 거 같다. 예전에는 한 살만 어른이어도 엄청 무서워했다면, 회사를 여러 군데 옮기다 보니 이 작은 카테고리 안에 갇혀서 그렇게 할 필요없다고 생각이 바뀌었다"라며 "오피셜하고 포멀하게 이야기하려는 사람이 많은 거 같은데, 저는 오디션이라고 여긴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해인이 CCO로 있는 올마이애닉도츠는 오는 23일 버추얼 걸그룹 오위스를 데뷔시킨다. 올마이애닉도츠 제공

올마이애닉도츠의 어떤 점을 보고 투자를 해 준 것 같냐는 질문에, "진짜 왜 투자해 주셨는지 잘 모르겠긴 하다"라고 웃은 이해인은 "지금 시장에 '비어 있는 것'을 먼저 찾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올해 비어 있는 거, 내년에 비어 있는 거, 다음 달에 비어 있는 거, 그래서 내년에 돌아올 법한 것들을 알려면 그 역사를 봐야 한다. 음악, 패션의 역사를 쭉 봐야 약간 '순서'가 보이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큰 회사와 작은 회사가 실질적으로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게 '마케팅 홍보 비용'이라고 본다. 사람 뽑는 것조차도 좋은 회사에서 먼저 데려가니까, 작은 회사인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작은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 저는 '왜'에 관한 이유를 최대한 설명하려고 한다. 큰 회사는 리스크 체크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저희는 처음이니까 당장은 리스크가 없다. 그럴 때 도전할 수 있는 걸 고민한다"라고 전했다.

"본인이 겪은 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중시한다는 이해인은 "작은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이 일타 삼피까지도 해야 하는 게 보통이다. 밤낮없이 힘들 거다. 그러니까 직원들이 (저희 회사에서) 되게 좋은 포트폴리오를 남겼으면 좋겠다. 다른 데를 가더라도 되게 '의미 있는 한 줄'이 될 포트폴리오를 쌓길 바란다. 이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일할 사람을 뽑고 싶다고 많이 말했는데 그런 것들을 (투자자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 1월 설립 소식을 전한 올마이애닉도츠는 첫 아티스트로 5인조 버추얼 걸그룹 오위스(OWIS)를 오는 23일 데뷔시킨다. 오위스는 '온리 웬 아이 슬립'(Only When I Sleep)의 약자로, '오직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라는 뜻이다. 8곡이 수록된 첫 번째 미니앨범 '뮤지엄'(MUSEUM)을 내고 활동 예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동시에 준비 중이다.

한 팀만 데뷔시키기도 쉽지 않은데 동시에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이해 보고 싶은 친구'들'이 나타나서 그를 중심으로 팀을 꾸렸기 때문이다. 이해인은 "두 팀 다 기본적으로 가졌으면 하는 소양은 뚜렷하다.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는 친구인가? 그걸 음악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친구인가?' 이게 가장 궁금했다. 생각이 저랑 맞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줄 안다면 같이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겠다 싶었다"라고 답했다.

이해인 올마이애닉도츠 CCO. 올마이애닉도츠 제공

이어 "트레이닝 과정에서 생각하는 것도 넓혀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주어진 목표를 향해서 가는 데 집중하다 보니 그 이외의 시야는 좁아지게 되더라. 음악 외에도 다양한 세상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친구였으면 좋겠다. 결국 대중음악은 대중의 공감과 반응을 끌어내야 하니까, 대중이 일상적으로 겪는 이야기든 꿈, 사랑, 갈등, 사회적 문제 등에도 관심이 있어야 마음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연습생부터 투자자까지 훨씬 더 폭넓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CCO가 된 이해인. '서로 잘 맞는지' 알려면 대화가 필수인데, 대화를 잘 이어 나갈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지 질문했다. 그는 "직감이라는 건 경험과 시간에서 오는, 자기도 모르는 어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처음부터 말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을 편하게 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살피더라"라고 운을 뗐다.

스물일곱 살까지 연습생을 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 초등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 연습생들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때로는 고민도 들어줬다. 연차와 리더인 점 등을 고려해 당시 소속사에서도 이해인의 의견을 많이 물었다고 한다. 그는 "저는 질문이 많았는데 늘 대답을 잘해주셨다. 여러 경험을 거쳐 C레벨에 간 사람들의 언어를 많이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득된 것도 있는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누구와 대화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다. 이해인은 "오디션장에서 만난 어린 친구들과 소통할 때는 '저의 온도'를 가져가려고 한다. IR을 돌 때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은데, 너무 잘 보이려고 하기보다는 패기 있게, 좀 저답게 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저희는 아직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가 아니니까, 제가 생각하는 걸 뚜렷하게 전하되 밝고 가볍고 풀려고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따뜻하고 밝게' 이야기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