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평 임시주택에 갇힌 이재민…경북 산불 1년, 꺼지지 않은 눈물

비닐하우스·농작물 등 피해 보상 안돼
공공시설 복구비 집행률 26%에 그쳐
소상공인·중소기업 기부금 집행 '0'

지난해 5월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1리 모듈러 임시주택에 입주한 류춘희(91)씨는 10개월째 임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진원 기자

"힘들지만 내 집 없으면 이래 살아야지."
 
지난 16일 찾은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1리에 마련된 임시 모듈러주택. 약 9평 정도 크기의 주택에는 화장실과 단칸방, 베란다가 전부다.
 
몸이 불편해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류춘희(91) 씨는 지난해 5월 모듈러주택에 입주해 10개월째 생활 중이다.
 
류 씨는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 전기세를 언제까지 안 받는다고 하지만 이렇게 생활하는 게 전기가 많이 나온다는데 어쩌겠나"라고 넋두리를 했다.
 
류 씨는 17평~18평 정도의 새집을 지으려고 하지만 지원받은 복구비로는 집을 짓기에 부족하다고 말한다.
 
류 씨는 "돈을 벌어놓은 게 있으면 되지만 전에 돈을 벌어놓은 게 없어 평수를 조그맣게 해도 돈이 모자라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주거비를 지원받아도 새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이 많은 가운데, 아예 보상 대상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옆 마을 구계2리 류시국 이장은 "농기계는 지원이 되는데 일반 비닐하우스나 농작물이 탄 건 보상이 안 된다"며 "(경북 산불)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재신청하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되면 몰라도 아직까지는 (보상이) 안 된 게 많다"고 말했다.
 
류 이장은 "내년 1월 28일까지 추가로 신고받는데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도 않는 거 안 하면 그만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신청해도 될지 안 될지 몰라 지쳐서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시설 복구비 집행률 26% 불과…소상공인 기부금 집행 아직

1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진원 기자

산불이 꺼진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피해 복구 또한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모인 성금 중 경북도에 배당된 일반기부금(1328억 원)과 지정기부금(208억 원)의 집행률은 71~72% 수준이다. 인명, 주거, 농·축산·수산·임업 위주로 배분됐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분야에는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
 
기부금 집행은 행정안전부 기부금협의회를 통해 성금 모금기관과 협의해서 집행하는데, 정부지원금 지급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재복구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피해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공공시설 복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1월 말 기준 산불 피해를 입은 도내 5개 시군(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의 공공시설 복구 총사업비 1조 2511억 원 중 집행된 금액은 3196억 원으로, 집행률은 약 26%에 그쳤다.
 
지방 도로, 상하수도, 문화유산 복구 등 지자체가 주관하는 사업들이기 때문에 행정절차로 인해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그나마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사유시설 복구비인 생활안전지원금 집행률은 90%에 달해 상황이 나은 편이다.
 
생활안전지원금은 전체 4844억 원 중 4348억 원이 집행됐다. 기부금과 마찬가지로 인명, 주거, 농기계 등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됐지만, 나머지 10%는 서류 미비 등으로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피해 보상과 관련해 "지난해 피해 건수가 워낙 많다 보니 국가재난시스템 입력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사각지대가 나오고 있다"며 "이를 특별법으로 보완하고 있으며, 내년 1월 말까지 추가 접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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