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할당관세 악용 차단과 석유화학 산업 재편 지원, 통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관세 제도 정비에 나선다. 재정경제부는 18일 "지난 2월 26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회의에서 확정한 '할당관세 점검 및 제도개선 방안'을 이행하기 위해 관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 신설
이번 개정안은 할당관세 적용 물품의 국내 반입·유통을 고의로 지연해 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개정안에는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된다. 냉동 육류처럼 저장성이 높은 품목, 과거 보세구역 반출 지연 위반 전력이 있는 품목, 유통 구조가 복잡한 품목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 품목에는 보세구역 반출 기한이 별도로 설정되고, 이를 어길 경우 할당관세 추천 취소와 세금 추징이 이뤄진다.
또한 관세청장이 신속한 유통이 필요하다고 지정한 물품에 대해 30일 이상 수입신고를 지연하면 부과하던 수입신고 지연 가산세(최대 물품가액의 2%) 적용 대상에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이 추가된다. 이로써 저율관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창고에 물량을 묶어두는 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이 강화된다.
할당관세 추천 요건·정보공유 의무 강화
할당관세 추천서를 발급·취소하는 기관과 세관 간 정보 공유도 의무화된다. 지금까지는 추천기관이 추천서를 발급하거나 취소해도 세관이 수입신고 단계까지 해당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워 통관 단계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앞으로는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의 경우 추천서에 보세구역 반출 예정일과 반출 의무기한을 병기하고, 추천기관이 이를 세관과 사전 공유해야 한다. 세관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통관 단계에서 반출 고의지연, 부정 유통 여부를 집중 점검할 수 있게 된다.
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 지정 요청 절차(제92조제1항), 집중관리 품목에 대한 추천 요건 의무화(제92조제4항),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 규정(제92조제10·11항), 추천 취소 시 관세 납부 의무 명확화(제92조제12항), 집중관리 품목을 수입신고 지연 가산세 대상에 포함하는 규정(제248조)이 단계적으로 반영된다.
대산 1호 프로젝트 연계, 나프타 할당관세 확대
정부는 지난 2월 2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대산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 추진현황 및 지원 패키지'와 연계해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범위도 넓힌다. 이를 위해 '관세법 제71조에 따른 할당관세의 적용에 관한 규정' 별표를 개정, 석유화학 사업 재편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한다.
현재는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정유사의 사내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주·부산물은 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2026년 3%→0%)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앞으로는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계획에 따라 합병된 정유·석유화학 기업이 올해 중 생산하는 나프타 주·부산물까지 할당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대산 1호 프로젝트 등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항조치 절차 신설…보호무역 대응 수단 확충
국제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항조치 절차도 정비된다. 최근 다자 규범 약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관세 당국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현행 관세법 제79조는 외국이 특정 물품에 대한 양허를 철회·수정하는 경우 정부가 해당 물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양허 적용을 정지하는 대항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하는 시행령상 세부 절차가 없어 실무상 운용에 한계가 있었다.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장관 또는 이해관계인이 대항조치 대상 국가와 물품, 피해 상당액과 산출 내역, 관세 부과 내용 등을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절차를 관세법 시행령에 신설한다. 세이프가드 협정 제8조, GATT 제28조, 관세법 제79조에 근거해 WTO 협정상 보상협의와 양허 정지 절차를 거친 뒤 국내법에 따라 대항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구조다.
EU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에 대응해 위스키·산업재 등에 대해 단계적 대항관세안을 마련한 사례처럼, 우리 정부도 향후 통상협상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대응 수단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4월 중 공포·시행 목표
정부는 이번 관세법 시행령과 할당관세 적용 규정 개정안을 18일부터 27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마쳐 4월 중 공포·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 지정 요청·추천 요건·정보공유 규정 등은 시행령 시행 이후 새로 추천·지정·취소되는 분부터 순차 적용된다.나프타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 확대는 합병 등기일 이후 수입신고하는 물량부터 적용되며, 대항조치 시행 절차는 시행령 발효 이후 추진되는 대항조치에 바로 활용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시장 영향과 통상 리스크를 점검해 필요시 추가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