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없이 난방·온수 해결…제주 '오래된 미래' 실험

화석연료 없이 전기만으로 난방·온수 해결 '히트펌프'
제주도, 2035년까지 히트펌프 10만 가구 보급 계획
히트펌프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하고 가상발전소 구축

오영훈 지사가 금산로 주택에서 생활영역 열에너지 전기화 대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시 화북동 금산로 공공임대주택. 지어진지 30년 된 주택은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탈바꿈했다. 낡은 창호와 단열재를 교체하고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뒤편에는 외부 공기의 열을 끌어다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히트펌프 2대가 놓였다. 이 주택은 제주의 '오래된 미래'를 보여준다.
 

히트펌프로 바꾸면…연간 223만 원 절약

 
화석연료 없이 전기만으로 난방과 온수를 모두 해결하는 '금산로 주택'은 제주도가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의 표준 모델이다. 핵심 시설인 히트펌프는 연료를 태우지 않아 탄소 배출이 없고 같은 양의 전기로 등유나 가스보일러보다 훨씬 많은 열을 만들어낸다. 친환경적이면서 열효율도 좋다.
 
실제로 금산로 주택은 한국에너지공단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최고 등급 인증을 받은 사업이다. 히트펌프와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자립률이 120%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금산로 주택에 설치된 히트펌프. 제주도 제공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 가스보일러를 쓰는 가정의 연간 난방비는 평균 약 279만 원 수준이지만, 히트펌프로 바꾸면 56만 원으로 줄어든다. 연간 223만 원, 약 80%를 절감하는 셈이다. 현재 제주 가정과 상업부문 에너지 소비의 32%가 여전히 석유류에 의존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12일 금산로 주택을 직접 찾아 그린리모델링 전후 변화를 확인한 뒤 "중동사태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한 외부 환경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금산로 주택과 같은 생활 속 전기화 대전환으로 도민의 에너지 주권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2035년까지 히트펌프 10만 가구 보급

 
제주도는 최근 히트펌프 사업을 핵심으로 한 '생활영역 열에너지 전기화 대전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아시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오는 2035년까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관광업체, 가정에까지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순차적으로 전환시킨다는 장기적인 계획이다.
 
올해 2380가구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9520가구, 2035년까지 모두 9만6156가구에 히트펌프를 설치한다. 설치비의 70%를 보조하고 나머지 자부담 비용도 임대나 저리융자로 지원해 사실상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마을회관, 복지시설, 어린이집에도 히트펌프를 도입한다.
 
재작년 열린 2035 탄소중립 선포식. 제주도 제공

1차산업과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모델을 확대한다. 시설하우스에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결합하고, 양식장에는 해수열을 활용한 히트펌프를 보급하기로 했다. 축산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RE100 축산물 출시를 넘어 농가 단위로 재생에너지 자급체계를 구축한다.
 
제주에서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호텔 9곳은 오는 2032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고 노후 산업단지도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해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
 
◇전기요금 아끼고 수익도 낸다 '일석이조'
 
지난 10일 재생에너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공기열도 태양광과 지열처럼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았다. 제주도는 이를 바탕으로 히트펌프 전용 전기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히트펌프가 주로 전기를 사용하다 보니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로 오히려 전기세를 많이 내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특히 태양광 발전이 몰리는 낮 시간대 등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에 히트펌프를 집중 가동하면 소비자가 보상을 받는 구조도 마련된다. 난방을 하면서 요금도 아끼고 수익도 내는 시스템이다.
 
히트펌프 주택분야 도입 설명자료. 제주도 제공

아울러 2035년까지 도내 히트펌프 약 10만 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가상발전소도 구축한다. 이렇게 확보한 1.5GW 규모의 자원은 출력제어 문제로 제약받았던 재생에너지 확대의 기반이 된다. 이와 함께 산업단지와 마을 단위로 분산형 집단 냉난방 시스템도 함께 보급할 계획이다.
 
오경섭 제주도 에너지산업과장은 "화석연료를 깨끗한 전기로 전환하는 이번 정책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동시에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도민 부담은 최소화하고 참여는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주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선도 모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