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행군 후 소감문…신천지 '조직적 당원가입' 가능했던 배경

합수본, 신천지 신도 '가스라이팅' 정황 확보
전도 할당 못 채우자…"밤샘 체력훈련 할 것"
간부 반복된 폭언에 "죄송합니다" 말만 반복
훈련 뒤 소감문 제출 요구…"우리가 나태해"
'심리 지배' 놓인 신도들…당원가입 강제됐나

경기도 과천시 신천지 총회 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이단 신천지가 체력 훈련 등을 통해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온 정황을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확보했다. 신도들이 언제든지 윗선의 지시를 따를 수 있도록 사실상 '가스라이팅'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합수본은 신천지의 조직적인 당원 가입을 가능케 한 배경 중 하나로 의심하고 있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합수본은 신천지 탈퇴 신도로부터 내부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메시지를 확보했다. 수도권의 한 지파 간부들이 참여한 이 대화방에선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체력 훈련에 관한 언급이 오갔다.

한 간부는 '미션 미달성 체력 훈련'이 일요일 오전 7시에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리며 '참석 대상 명단을 자정까지 보고해달라'고 다른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미션은 신도가 아닌 사람을 포섭하기 위해 전도하는 것을 뜻한다. 할당 인원만큼 전도하지 못한 신도들은 체력 훈련을 받아야 했다. 몸이 불편해 참석이 어려운 신도에게는 특정 구절을 20회씩 필사하는 체벌이 부여됐다.

밤샘 체력 훈련을 안내하는 공지도 있었다. 당일 자정까지 2점을 획득하지 못하면 밤새 체력 훈련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점수를 얻기 위해선 이른바 '횟수 따기'로 불리는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1명의 전도 대상과 상담 약속을 잡으면 1점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체력 훈련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간부에게 강한 질책도 이뤄졌다. 한 간부는 "2시간 안에 엎드려뻗쳐를 시킬 것인데 2시간을 먹고 놀았나" "체력 훈련하라는 말을 무시하나" "다 지옥보내려 하느냐" 등의 말로 다그쳤다. 질책을 받은 간부는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못하고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체력 훈련은 엎드려뻗쳐와 같은 방식으로 실시됐다. 야간에 도로를 걷는 행군도 있었다. 신도들을 정신과 체력적으로 극한의 상태로 몰아세운 뒤에는 소감문을 제출하도록 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이었지만 윗선이나 신천지를 탓하는 내용의 소감문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스스로를 탓하고 윗선에 감사를 표하는 소감문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탈퇴 신도들 증언이다.

한 신도는 "감사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귀히 쓰일 그릇으로서 불러주심이 느껴져 마음을 다시 먹을 수 있었다"는 내용의 소감문을 지파 총무에게 보냈다.

다른 간부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지만 나태했기에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지극한 배려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며 체력 훈련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신천지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 신도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윗선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이행하는 대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은 이 같은 신천지 내부 분위기 때문에 조직적인 당원 가입이 가능했던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당원 가입은 개인의 선택이었다는 게 신천지 입장이지만, 심리 지배 상태에 놓인 신도들이 윗선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합수본은 복수의 탈퇴 신도들로부터 당원 가입 경위에 관한 사실 확인서를 제출받고 있다. 당원 가입을 지시받았을 때 느낀 감정, 가입 의사가 없는데도 당원 가입을 하게 된 이유 등을 묻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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