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설까지 불거진 '공소취소', 과거 사례 찾아보니

'공소권 남용' 등 실체적 이유 공소취소 전례 거의 없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출범식·결의대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꾸준히 거론됐던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 문제가 이른바 '공소취소 거래설'로 뜨거운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만 '검찰과 모종의 거래'를 의심해야 할 만큼 공소취소의 문턱은 높고, 과거 사례도 거의 없어 인위적인 공소취소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로 나타났다.
   
형사소송법 제255조는 '공소는 제1심 판결의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재 이 대통령과 관련해 1심 단계에서 멈춰있는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맡은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비리 및 성남FC 의혹'과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가 담당하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3건이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의 이유·요건은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사유들이 있을 때 공소취소가 검토될 수 있다.
   
▶ 공소취소의 이유 구분 (김재윤 건국대 교수, '검찰의 공소권남용과 형사소송법 제255조 공소취소' 中)
①공소제기 자체가 부적법한 경우(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친고죄에서 고소·고발 누락, 이중기소 등)
②재판 계속 중 소송요건이 흠결된 경우(사면, 형의 폐지, 피고인 사망, 친고죄에서 고소·고발 취소,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 의사표시 등)
③가벌성이 희박한 경우(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피해자와의 합의, 사회정세 변화)
④공소유지가 불가능한 경우(진범 검거, 피고인 알리바이 입증, 유죄 증거 불충분)
   
※①·②는 형식적 이유, ③·④는 실체적 이유로 분류할 수 있다.

현실에서 형식적 공소취소 이유 외에 실체적 이유를 검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공소취소를 선택한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공소취소를 고려할만한 실체적 이유가 존재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을지언정 검찰 스스로 '공소제기가 불필요했거나 상당한 사유 없이 제기됐다'고 시인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의 위법·부실수사 등 실체적 이유를 근거로 공소취소를 결정할 경우 검사징계법상 징계나 탄핵소추의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
   
이에 일부 드러난 공소취소 사례들도 형식적 이유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다. 비자금 의혹으로 1심 재판을 받던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에 대해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절 50주년 특별사면을 하면서 공소가 취소된 바 있다. 사실상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이고, 검찰의 자발적인 공소취소로 보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측이 공판에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하자 검찰이 돌연 공소취소를 하고 2개월 후 동일한 공소사실로 다시 기소한 사례도 있었다. 공소장 변경으로도 바로잡기 어려운 흠결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확실한 공소유지'를 위해 공소를 취소한 사례다. 다만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검찰의 재기소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공소기각 결정을 확정했다.
   
그러나 여권이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를 주장하는 근거는 형식적 이유가 아니라 증거조작 등 위법수사 의혹, '정적 죽이기'를 위한 표적수사 의혹 등 실체적 이유들이다. 검찰이 스스로 '증거조작' '사건조작' 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이자 당시 수사검사들에 대한 징계와 수사·탄핵소추로로도 이어질 수 있어 큰 부담이 따르는 결단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1일 김어준씨 유튜브 채널에서 제기된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한 이른바 '공소취소 거래설'에 대해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처럼 현재 공소취소 제도 자체가 검사가 스스로 공소권 오·남용의 교정 장치로서 활용하기도 어렵고, '공소취소 거래설'이 제기될 만큼 정치권력의 자의적 활용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의 공소취소 제도를 보면, 미국은 공소취소 시 원칙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공판개시 이후에는 피고인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검사의 일방적인 공소취소로 피고인이 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거나 무죄 판결을 받을 기회를 잃고 다시 기소될 수도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의 경우도 검사가 공소철회나 파기를 신청할 때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독일은 공판절차 개시 결정 이전 단계까진 검사가 자유롭게 공소취소가 가능하지만, 공판절차 개시 여부를 검토하는 사전심리절차를 거쳐 공판이 개시된 이후엔 공소취소가 허용되지 않는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공소권남용과 형사소송법 제255조 공소취소' 발제문에서 "공소권 남용 법리의 명문화와 '사전심리절차'의 도입 등 종합적 제도 개혁을 통해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대한 민주적·사법적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 기사 작성 시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검찰의 공소권남용과 형사소송법 제255조 공소취소' 발제문(2026.3.9.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 주최 토론회)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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