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교육비가 5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지만,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사교육 참여율이 줄며 총액은 일부 감소했지만 사교육을 받는 학생 한 명이 쓰는 돈은 더 늘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좋은교사운동운 오늘(13일) 성명을 내고, "사교육비 감소의 상당 부분은 늘봄학교·방과후학교 등 돌봄 정책으로 가정의 보육·복지 비용을 국가가 떠안은 결과일 뿐, 사교육의 본질인 '과도한 경쟁'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며, "오지선다형 문항 중심의 문제풀이식 평가 제도와 '한 줄 세우기'식 기형적인 경쟁 풍토 등 사교육을 부추기는 낡은 평가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정부는 사교육비 5.7% 감소라는 단순 지표 뒤에 숨지 말고, 중장기 교육방안 수립과 미래 대입 개편 과정에 적극 나서 사교육 의존을 줄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정부는 사교육비 5.7% 감소라는 단순지표 뒤에 숨지말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낡은 평가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십시오
사교육을 부추기는 낡은 평가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십시오
세계는 대한민국을 '압력밥솥 교육'의 나라라고 칭합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수치스러운 것은 그 압력과 고통이 고착화되어, 이를 어쩔 수 없는 현실처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실제로 2025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가 딱 그러합니다. 2025년 정부가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의 추진과 미래 투자를 위해 마련한 예산이 104.9조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교육비로 쓰이는 총액이 한 국가의 교육 총예산 26%에 해당하는 27조 5천억 원이나 되는 상황입니다. 해당 비용은 대한민국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나,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투자되는 비용도 아닙니다. 미래 역량 증진을 위한 R&D 비용도 아닙니다. 문자 그대로 소모성 낭비성 지출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전년도 29조 2천억 원보다 1조 7천억 원(-5.7%) 줄었다는 결과에만 방점을 찍으며,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조차 없습니다. 진정 해결 방안을 몰라서입니까? 정말 해결 방안이 존재하지 않아서입니까? 아닙니다.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생각만 있을 뿐, 근본적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2025년 사교육비 통계 발표를 통해 진단하게 되는 현 상황의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교육비 총액은 감소했으나,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5년 사교육비 총액이 27조 5천억 원으로 전년(29.2조 원) 대비 5.7% 감소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국가 교육예산의 26%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총액은 줄었을지언정 대한민국 교육 경쟁의 고통은 여전히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둘째, 사교육비 총액이 줄어듦에 있어 돌봄 정책이 기여했을 수 있습니다.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총액이 7,799억 원 규모로 운영되며 사교육 수요의 일부를 흡수하거나, 가정의 보육과 복지에 필요했던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감당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확히 할 것은 이는 보육과 복지의 영역에서 발생한 비용 이동일 뿐, 사교육의 본질인 '과도한 경쟁' 영역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셋째, 사교육비의 핵심적 영역은 교육 경쟁에서 우위를 얻기 위한 과잉 지출입니다. 전체 학생 평균 사교육비는 45만 8천 원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이나, 실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월평균 지출은 60만 4천 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특히 일반 교과 참여 학생의 지출은 59만 5천 원으로 7.9%나 폭등했습니다. 이는 보육 성격의 비용은 줄었을지 몰라도, 교육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한 줄 세우기' 경쟁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넷째, 이러한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사교육 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줄 세우기식 평가, 문제풀이식 평가 제도에 기인합니다. 우리의 평가제도는 선진국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오지선다형 문항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오래도록 우리 교육을 정해진 답 찾기 훈련에 종속시켜 왔습니다. 정해진 답 찾기 훈련은 정확히는 교육이라 칭하기도 부끄러운 문제풀이 기술을 연마하는 셈입니다. 문제풀이 기술은 사교육이 특화될 수밖에 없는 영역으로, 이런 류의 평가 비중이 높아지거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교육 효과도 극대화됩니다. 교육부는 표면적으로 늘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았으나, 오히려 암묵적으로는 사교육 증강 정책들을 내놓았다고 평가받는 이유도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을 포함한 여러 정책들이 이러한 평가 방식을 증대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이 인과관계를 알고 있고, 평가 제도의 개선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교육 문제는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개선 의지가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심지어 정치적 포퓰리즘은 사교육 시장을 오히려 견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의 '서울런'과 같은 정책입니다. 공교육 교사들과 교육 전문가들이 평가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분투하는 동안, 서울시는 사교육 플랫폼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현 사교육 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부추겼습니다. 일부 지자체 출마 의원들은 해당 지역구에 대형 학원을 유치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기도 하였습니다.
그런즉 정부는 사교육비 총액이 5.7% 감소했다는 단순 지표에 안주할 때가 아니며, 2025년 사교육비 통계 발표를 통해 이제는 사교육비 문제 진단을 명확히 하여야 합니다. 사교육의 토양인 '문제 풀이 기술 연마'와 '정해진 답 찾기' 식의 낡은 평가 체제를 끝내야 합니다. 보육과 복지의 영역에서 줄일 수 있는 사교육비는 부수적인 것입니다. 사교육비 폭증의 핵심은 사교육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형적인 대한민국 평가 풍토에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중장기 교육방안 수립과 미래 대입 개편이라는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는 개편 과정에서 사교육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혁신적인 평가 모델을 설계하여야 하겠습니다. 또한 정치권은 교육을 정치적 포퓰리즘의 도구로 삼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기 바랍니다. 오직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 정상화를 위한 진정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6. 3. 13.
좋은교사운동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한성준, 현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