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난민을 관리하라…SF 화제작 '시간관리국'

과거에서 온 인간과 현대인의 동거…풍자·로맨스·스릴러

비채 제공

만약 정부가 시간 여행 기술을 비밀리에 개발했다면, 과거에서 온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캘리앤 브래들리의 소설 '시간관리국'은 이런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근미래 영국에서 정부가 '시간관리국'을 설립하고, 역사 속 인물을 현재로 데려와 관리하는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나'는 이 비밀 기관에 채용돼 '이주자'라 불리는 시간 여행 난민을 담당하게 된다. 그가 맡은 인물은 1845년 빅토리아 시대에서 온 해군 장교 그레이엄 고어. 현대식 가전제품에 놀라고 여성과 눈을 마주치기조차 어려워하는 19세기 신사와, 21세기 공무원인 화자가 1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소설 속 '이주자'들은 각기 다른 시대에서 런던으로 소환된 인물들이다. 프랑스 혁명기의 여성, 런던 대역병 시대를 살던 인물, 1차 세계대전의 기억을 지닌 병사 등 다양한 시대의 사람들이 현대 사회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상황은 블랙코미디 같은 웃음을 자아낸다. 동시에 이들의 존재는 '이주'와 '난민'이라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비추는 장치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순한 시간 여행 코미디에 머물지 않는다. 관리국 내부에서 이주자와 담당자가 잇따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서사는 스파이 스릴러로 급격히 방향을 튼다.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와 시간 여행 기술 뒤에 숨겨진 음모가 드러나면서, 화자와 고어를 둘러싼 관계 역시 예상치 못한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간관리국'은 SF와 로맨스, 블랙코미디, 스릴러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소설이다. 영국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 이어 휴고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미국 영화사 A24가 영상화 판권을 확보해 드라마 제작도 진행 중이다.

캄보디아계 영국인 작가인 브래들리는 이 작품에서 시간 여행을 '이주'라는 개념으로 치환하며 사회적 메시지도 던진다. 과거에서 온 사람을 관리하고 적응시키는 시스템은 낯선 존재를 대하는 현대 사회의 태도를 풍자한다. 익숙한 시간 여행 소재를 빌려 지금의 세계를 비추는 새로운 방식의 SF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캘리앤 브래들리 지음 | 장성주 옮김 | 비채 | 544쪽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