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중동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고유가·고환율·물류난'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부산 지역 수출 현장을 덮치고 있다. 단순한 지정학적 불안을 넘어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인 제조·물류 비용을 직접 타격하면서, 지역 기업들 사이에서는 '팔수록 손해'라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3일 오후 상의 회의실에서 '중동사태 관련 지역 기업 긴급 간담회'를 열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점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사와 화학·물류 기업 임원들이 참석해 전방위적인 경영 위기 상황을 성토했다.
이날 공개된 부산상의 조사자료를 보면, 지표상의 수치는 이미 '적색등'이 켜진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이란 공습 이후 한때 1496원을 터치하며 1500원선에 육박했다. 통상 고환율은 수출 기업에 호재로 인식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원자재 가격이 환율보다 더 가파르게 뛰면서 '비용 인플레이션'이 환차익을 완전히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부산 산업 구조상 유가 폭등은 더욱 치명적이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34달러(3월 12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부산의 대중동 수출액 중 40.7%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27.3%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교역국으로의 주단조품, 원동기, 철강선 수출이 원자재가 상승과 물류비 압박에 직면해 있다.
물류 현장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공역 폐쇄로 인해 아시아-유럽 간 항공 노선은 정체되고, 해상 운임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의 가파른 상승세와 맞물려 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물류 기업 관계자는 "중동 항로 우회에 따른 운항 시간 증가로 선복(배의 화물 적재 공간) 확보 자체가 전쟁 수준"이라며 "급등한 해상 운임을 감당하지 못해 선적을 미루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전이 효과'다. 국내 원유 수입의 80%를 중동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곧바로 지역 제조업 전체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업들들은 단순히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이차보전' 식의 금융 지원을 넘어,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물류비 직접 보조, 관세 납부 유예 등 실질적인 비용 절감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중동사태는 유가와 환율, 해상물류 등 기업 경영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외 변수인 만큼, 현장의 애로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역기업들의 어려움을 면밀히 살펴 정부와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기업 경영 안정과 수출활동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