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에 이상 증상을 보이는 데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전역한 뒤 세상을 등진 병사는 재해부상군경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행정단독 박민수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부산보훈청을 상대로 제기한 '보훈보상대상자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유족은 아들이 군 복무 기간 당한 학대 등으로 정신질환이 악화했고, 전역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04년 10월 육군에 입대해 강원도 한 부대에서 복무했다. A씨는 수시로 혼잣말하거나 내무실에서 뜻밖의 행동을 하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다. 2005년 5월 '정신과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국군춘천병원 진단이 나왔고, 이듬해 4월 해리성 운동장애가 의심돼 진료받았다. 2006년 11월 전역한 그는 5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A씨가 군 복무 중 학대와 따돌림을 당하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질환이 발병·악화했다며 2023년 5월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부산보훈청은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에 생긴 상이 때문에 병이 났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군 복무 중에 제때 치료받지 못한 게 병세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A씨는 입대 전까지 정신적 문제로 병원을 찾은 적이 없었다. 부대는 A씨가 보인 행동을 군무 기피용 거짓 증세로 여겨 일주일 치 약을 준 것 말고는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계근무 태도 불량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영창에 보냈고, '관심병사'로 분류해 부대원들에게 따돌림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박 부장판사는 "군 직무수행이 망인의 개인적 취약성을 발현 또는 악화시키는 환경적 인자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해부상군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