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서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출전한 모든 팀이 16강에서 탈락하며 아시아 무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8강에 오른 K리그 팀은 단 한 팀도 없다. AFC 챔피언스리그2(ACL2)를 포함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리그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FC서울마저 탈락하며 출전 팀 모두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이는 대회 개편 이전인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FC서울은 11일 일본 고베의 미사키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비셀 고베(일본)와의 ACLE 16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1차전 홈 경기에서 0-1로 패했던 서울은 합계 점수 1-3으로 밀려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강원FC도 마치다 젤비아(일본)에 1·2차전 합계 0-1로 패하며 16강에서 탈락했다. ACL2에 출전한 포항 스틸러스 역시 감바 오사카(일본)에 1·2차전 합계 2-3으로 밀려 고개를 숙였다.
결국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 나선 K리그 팀들은 대회 구분 없이 모두 16강에서 일정을 마쳤다.
올 시즌 K리그의 아시아 무대 도전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12팀 가운데 8위까지 16강에 오르는 동아시아 리그 스테이지에서 울산 HD는 9위에 그치며 조기 탈락했다. 서울과 강원도 각각 7위와 8위로 가까스로 16강에 합류했지만 토너먼트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일본 J리그 클럽을 상대로 열세가 두드러졌다. 리그 스테이지에서 J리그 팀들과의 맞대결 성적은 2승 2무 5패에 그쳤고, 16강에서도 마치다 젤비아와 비셀 고베, 감바 오사카에 연이어 무릎을 꿇었다.
성적은 더욱 처참했다. 이번 시즌 K리그 팀들은 ACLE와 ACL2를 포함한 12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서울이 1무 3패, 강원이 3무 1패, 울산이 1무 1패, 포항이 1무 1패를 기록하며 총 6무 6패에 그쳤다.
K리그가 아시아 정상에 오른 지도 어느덧 시간이 흘렀다. K리그 클럽의 마지막 우승은 2020년 울산 HD 이후 6년째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일본과 중동 클럽들이 막대한 투자와 리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무대를 장악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부진의 원인으로는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가장 크게 지적되는 부분은 리그 일정 구조다.
K리그는 봄에 시작해 가을에 끝나는 '춘추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ACL은 세계 축구 흐름에 맞춰 가을에 시작해 다음 해 봄에 마무리되는 '추춘제'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K리그 팀들은 시즌 막판에 ACL 일정을 시작한 뒤 겨울 휴식기를 거쳐 새 시즌 초반에 조별리그 후반 일정과 토너먼트를 치르는 구조에 놓였다. 시즌 종료에 따른 체력 부담에 더해 겨울 이적시장으로 인한 선수단 변화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일본 J리그는 이미 올해 하반기부터 추춘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반면 K리그는 혹독한 겨울 날씨와 잔디 관리 문제, 동절기 경기 개최가 어려운 경기장 인프라 등을 이유로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번 '16강 전멸'은 K리그에 분명한 경고 신호가 됐다. 리그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현재 체제가 이어질 경우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 약화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