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하던 만취운전자가 20년 넘게 운전대를 잡아온 택시기사의 신고와 추격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12일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 새벽 대전 대덕구 오정동의 한 도로에서 한 승용차가 차선을 넘나들고 비틀거리며 주행하는 모습이 뒤따르던 택시기사의 눈에 들어왔다.
21년 경력의 택시기사 백남현(74)씨는 직감적으로 음주운전을 의심하고 차량 옆에 차를 세웠다. 당시 음주 차량의 오른쪽 바퀴는 터진 상태였다.
백씨는 "무슨 이유인지 타이어 바퀴가 터져있었다"며 "타이어 휠에 의지해 위태롭게 달리던 상황이었는데, 도로에 갈리면서 소음이 상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백씨가 우측 창문을 내려 확인한 운전자는 젊은 여성이었다. 백씨는 "'술을 드시고 운전하시면 안된다'"고 타일렀으나, 운전자 A(30)씨는 "술 안마셨다"고 부인한 뒤 그대로 차량을 몰고 도주했다.
백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차량 위치를 알려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A씨를 추격했다.
대덕구청 인근 골목을 가로지르며 도주하던 A씨는 1m 아래 하상도로로 추락했고, 차량 앞 범퍼가 파손됐음에도 도주를 멈추지 않았다.
A씨는 결국 선화파출소 앞에서 불법 유턴하다가 대기하던 경찰에게 검거됐다.
A씨가 도주한 거리는 한남오거리에서 선화파출소까지 약 9km, 도주 시간은 40여 분에 달했다. 또 혈중알코올 농도는 0.194%로 면허 취소 수준으로 조사됐다.
백씨는 "창문을 내렸을 때 운전자가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면 견인차를 부른 뒤, 택시로 모셔다 드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차 사고가 우려돼 경찰에 신고할 수 밖에 없었다"며 "손님을 태우지 않았기 때문에 검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전중부경찰서는 운전자 A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