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제301조에 근거해 교역 상대국의 과잉 생산을 문제 삼으며 한국 포함 1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개시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조사가 쿠팡 제재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향후 301조에 근거한 추가 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는 미 행정부와 긴밀히 협상하며 국익 수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긴급 백브리핑을 열고 "미 USTR이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총 16개 교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USTR은 제조업 부문의 구조적 과잉생산 및 생산과 관련된 무역상대국의 행위·정책·관행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며, 미국 상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가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를 개시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EU,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일본, 인도다.
이번 조사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위법 판결로 국가별 상호관세 등이 무효화 한 이후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고된 조처다. 트럼프 대통령도 무역법 제122조 및 제301조 등을 통해 미국 관세를 IEEPA 판결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USTR은 조만간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처 등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301조 조사도 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는 이번 조사가 한국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한 구조적인 조사"라며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결정 이후 미국의 목표는 기존에 합의를 그대로 보존하는 게 목표고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위헌 판결 이전의 관세 수준을 복원하는 게 초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글로벌 관세'를 매기고 있는데, 이는 301조에 근거한 조사에는 4~5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공백을 메우려는 조치라고도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조사가 한국의 쿠팡 제재에 대한 보복성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 본부장은 "이번 과잉 생산은 제조업 분야의 공급 과잉을 주제로 한 것이고 곧 나올 강제노동 관련 조사도 쿠팡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며 "지난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협의할 당시 쿠팡 사태는 개별 기업의 대규모 정보유출과 관련된 것이고 한국 정부가 공정한 법과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있고 이에 따라 301조 적용은 적합하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합의한 팩트시트에 따라 양국은 디지털 분야에 있어 차별적이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점에 합의했다"라며 "따라서 301조 조사 여부를 떠나 앞으로 디지털 분야에서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 이슈를 잘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 행정부가 향후 추가적인 이유를 들어 301조에 따른 조사를 더 진행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여 본부장은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301조라는 강력한 법적 수단을 활용해 여러 가지 조치를 개시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은 이미 미국과 합의했기 때문에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한 합의에서 벗어나는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고 수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키면 추가 관세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나'라고 묻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25%로 관세를 재인상하겠다고 올렸지만 이후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라며 "상무부와 협의한 결과 25% 관세 재인상은 관보 게재 등 조치로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상무부로부터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USTR은 조사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해당 국가들에 대해 협의를 요청했다. 조사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서면의견은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제출돼야 한다. USTR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는 5월 5일부터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여 본부장은 "USTR의 301조는 그동안 계속 미 측과 협의하면서 의견도 제출하고 예상하고 있던 수순이었다"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개별 사안에 있어서 국익수호에 방점을 두고 협의를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