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에 멈추지 않는다…휠체어컬링 백혜진·이용석 "4년 뒤엔 금메달"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믹스더블 결승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은메달을 차지한 이용석과 백혜진이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휠체어컬링에 16년 만의 동계패럴림픽 메달을 안긴 백혜진-이용석(이상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조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두 선수는 "박길우 감독님을 넘어 금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입을 모았다.

하지만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두 선수는 4년 뒤 동계패럴림픽에서도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백혜진-이용석 조는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코르티나 올림픽 컬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믹스더블 결승에서 중국의 왕멍-양진차오 조에 연장 접전 끝에 7-9로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6-7로 뒤진 상황에서 마지막 8엔드에 동점 점수를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지만, 연장에서 2점을 내주며 금메달을 놓쳤다.

비록 금메달에는 닿지 못했지만 한국 휠체어컬링에는 역사적인 성과다. 한국이 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에서 메달을 딴 것은 2010년 밴쿠버 대회 혼성 4인조 은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대표팀은 강미숙, 박길우, 김학성, 조양현, 김명진으로 구성됐다.

팀을 결성한 지 1년 남짓한 상황에서 일군 성과였다. 은메달이 확정된 직후 박길우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과 이용석,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 회장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보였다.

경기 후 백혜진은 "용석이가 서포트를 잘해줘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고, 이용석은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윤경선 회장님, 감독님, 누나와 함께 이 자리에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 휠체어컬링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윤경선 회장도 "결승에 올라 은메달이 확정되니 금메달 욕심이 생기더라"며 "하지만 선수들이 드라마 같은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고 밝혔다.

이번 메달은 박 감독에게도 의미가 남달랐다. 그는 2010년 밴쿠버 대회 은메달 멤버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선수 출신 감독으로 지난해 9월 제자들과 함께 팀을 꾸렸고 험한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며 "결과적으로 1%가 부족했다. 선수들은 두 번이나 스틸에 성공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때 느꼈던 감정과 지금 두 선수가 느끼는 감정이 비슷할 것"이라며 "특별한 것을 한 것은 없고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내고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려 했다. 스톤 하나를 던질 때도 선수들과 많은 논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2010년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그때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선수촌 수영장 물을 얼려 훈련하던 시절"이라며 "윤경선 회장이 리그를 만들어준 덕분에 지금의 휠체어컬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백혜진과 이용석 역시 감독을 향한 존경과 함께 아쉬움을 전했다. 두 선수는 "감독님의 은메달을 넘어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결국 같은 은메달을 따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석은 "감독님이 자세부터 세심하게 가르쳐주셨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결승 상대였던 중국은 강팀이었다. 중국은 예선에서 6승 1패로 1위를 차지했고, 백혜진-이용석 조도 예선에서 6-10으로 패한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중국은 강력한 테이크아웃 샷을 앞세워 초반부터 압박했다. 백혜진은 "중국이 믹스더블인데도 센 샷과 테이크아웃을 많이 했다"며 "그래서 방어적으로 세밀한 샷을 하기로 했지만 경기 초반 중국의 샷 성공률이 높아 작전이 잘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두 선수는 뛰어난 호흡으로 '남매 케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같은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으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컬링 이전에 배드민턴도 함께 했다. 또한 두 선수 모두 1남 3녀 중 한 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남편 남봉광(경기도장애인체육회)과 믹스더블을 하다가 파트너를 바꾼 백혜진은 "남편이 혼성 4인조 국가대표로 선발되면서 이용석과 팀을 이루게 됐다"며 "같은 팀이라 용석이의 성향과 장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만큼 호흡을 맞춘 기간은 짧았지만 팀워크가 잘 맞았다"며 "용석이는 동생 같다. 감정이 올라올 때도 잘 잡아준다"고 설명했다.

이용석도 "위에 누나가 셋이라 누나를 잘 따르게 됐다"며 "누나는 경기장에서 정신적 지주이자 멘털 코치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성향이 강했는데 누나를 만나 팀워크를 배웠다"고 덧붙였다.

패럴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거치며 두 선수의 팀워크는 더욱 단단해졌다. 이용석은 "항상 누나와 함께하는 것이 좋고 편하다. 누나가 저를 선택할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에 백혜진은 웃으며 "이제는 용석이와 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작전 성향도 잘 안다"며 "남편이 삐질 수도 있지만 믹스더블 파트너로는 용석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백혜진은 또 "은메달을 넘어 금메달도 따고 싶고, 혼성 4인조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믹스더블 메달을 따낸 뒤에도 남편이 출전하는 혼성 4인조를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백혜진은 "우리가 메달을 따면 4인조도 힘을 얻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며 "우리가 먼저 메달을 땄으니 4인조도 시상대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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