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랍스터 키우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랍스터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의 아이콘 모양이 랍스터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랍스터 키우기는 오픈클로를 설치하고 이용한다는 뜻이 된다.
사람 대신 일해주는 '슈퍼 AI비서'
오스트리아의 공학자인 피터 스타인버거가 개발한 오픈클로는 질문에 답변을 하는 챗봇 모델보다 한단계 더 진화해 AI가 직접 사람의 일을 대신해 준다. '슈퍼 AI비서'로 불리는 이유다.예를 들면 이메일 답장, 여행 일정 짜기, 항공편 예약 등 일상 생활은 물론 보고서 작성, PPT 등 발표자료 작성, 코딩 등 업무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오픈클로에 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라고 극찬했다.
중국 SNS인 샤오홍슈와 IT커뮤니티에서는 '랍스터 키우기'가 밈처럼 확산되면서 단시간에 대중적 유행을 일으켰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이자 중국 공정원 원사(院士·최고 과학자)인 가오원은 "랍스터 키우기가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픈클로가 설치와 설정이 쉽지 않다보니 유료로 설치해주는 대행 서비스도 생겼다. 중고 플랫폼에서는 설치 대행 비용이 14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6일 중국 빅테크인 텐센트 클라우드가 무료 설치 행사를 하자 1천여명이 줄을 서기도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열풍 이면엔 조급함과 기대감
오픈클로에 대한 열풍은 단순히 기능면에서 진일보한 AI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AI시대에 뒤쳐질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이런 움직임을 만들기도 했다."지금 모든 사람이 매우 조급한 상태다. 랍스터를 키우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가오원이 언급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여기에 지방정부도 랍스터 키우기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고신구는 '1인기업 창업 생태 시범구 조성 행동 계획(초안)'을 발표하고 최대 1천만(약 21억2천만원) 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후베이성 우시시 고신구는 무료설치 키트를 개발하거나 배포하거나 지능형 로봇과 연동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 최대 500만 위안(약 10억6천만원)을 지원한다. 다른 지방정부들도 앞다퉈 비슷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오픈클로로 수익을 낼수 있다는 경제적 기대감도 크게 작용했다. 애초 SNS 콘텐츠 자동 게시나 여행 예약 관리 같은 일상 용도에서 시작했지만, 스타트업 창업자와 운영자들까지 몰려들게 됐다. 일반인들도 오픈클로를 이용해 부수입을 올릴 목적으로 함께 뛰어들었다.
중국청년보는 '랍스터 키우기'를 보도하면서 1인 기업 등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80년대 중국 휩쓴 '앙고라 토끼' 유행과 비슷
하지만 새로운 기술 버블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중국 리서치 플랫폼인 YT는 오픈클로의 폭발적인 확산에 대해 "과거 경제적 광풍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고 짚었다.오픈클로가 누구에게나 개방됐다는 점에서 '공짜'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데 함정이 있다는 지적이다. 고급모델을 하루 10시간 사용하면 1천위안(약 21만2천원) 이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용은 발생하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일감을 찾는 건 쉽지 않다. AI가 보고서를 써줄 수 있지만 계약은 인간이 따와야 하기 때문이다. "AI는 도구일뿐 본질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느냐 여부"라고 YT는 지적했다.
오픈클로 열풍이 1980년대 앙고라 토끼 사육 열풍과 비교되기도 한다. 당시 세계 토끼털 시장을 장악한 중국에서 도시부터 농촌까지 '토끼 키우기'가 대유행을 했지만, 결국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큰 손실을 봤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수익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한편에서는 '랍스터 지우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설치만큼 '완전한 삭제'도 어려운 오픈클로는 보안 취약성이 문제로 제기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정보 유출과 시스템 통제권 상실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에게 맡겨 삭제하는데 적게는 수백 위안에서 수천 위안까지 비용을 치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