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했던 부산의 창업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연초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등 굵직한 호재가 맞물리며 신설법인 수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해운대와 강서구 등 신도심에 쏠렸던 창업 열기가 부산진구와 중구 등 원도심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11일 발표한 '2026년 1월중 부산지역 신설법인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월 부산에서 문을 연 신설법인은 총 452개체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354개체)보다 27.7%, 전월보다는 15.3%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10월 315개체로 저점을 찍은 이후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종별로는 유통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서 활기가 넘쳤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정보통신업이다. 전년 동월 대비 73.9%나 폭증했다. 국가 인공지능(AI) 전략 확대와 부산항의 항만·물류 디지털 전환(AX) 가속화에 따른 연관 산업 창업이 줄을 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기 불황을 겪던 건설업도 반등에 성공했다. 공공부문 수주 증가와 지역 건설사 참여 확대 방침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70.8% 증가했다. 이어 부동산 및 장비임대업(57.1%), 제조업(32.7%)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산업 전반에 걸친 창업 의지를 확인시켰다.
이번 조사의 핵심 특징은 지역별 격차의 해소다. 그간 창업 소외 지역으로 꼽혔던 원도심권의 상승세가 매섭다. 부산진구는 전년 동월 27개에서 올해 76개로 181.5% 급증했고, 중구(127.3%)와 영도구(83.3%)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확정과 해운대권 대형 기업 본사의 원도심 이전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인근 생활권의 창업 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신축 아파트 입주장이 마무리 단계인 기장군(△31.0%)과 수영구(△36.4%)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신설법인 수의 3개월 연속 증가는 경기 선행지표 측면에서 분명 반가운 신호다. 특히 AI와 항만 물류 AX 전환이라는 거대 담론이 실제 창업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전체 신설법인의 81.8%가 자본금 5천만 원 이하의 소규모 법인이다. 창업의 '질적 고도화'보다는 생계형 혹은 소규모 기술 창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 고환율의 지속은 어렵게 살려낸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민간소비 위축을 막고, 법인 신설이 증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