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을 앞두고 조직과 시스템 정비에 착수했다. 향후 재판소원의 적법요건, 재판 취소 이후 절차 등 제도 운용과 관련한 주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전담 사전심사부 구성…사건명은 '재판취소'
헌재는 1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별관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 사건 처리를 위한 전담 조직과 행정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고 밝혔다. 재판소원 사건은 기존 헌법소원 사건과 별도로 배당되며 사건부호는 '헌마'로 통일된다. 사건명도 '재판취소'로 정리해 기존 헌법소원 사건과 구분한다는 방침이다.헌재는 법조경력 15년 이상 헌법연구관 8명으로 구성된 전담 사전심사부도 꾸렸다. 사전심사부는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을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고 향후 관련 법리를 정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제도 시행에 맞춰 관련 규정 정비도 진행 중이다. 헌재는 헌법재판소 심판규칙과 사건 배당 내규, 헌법재판 통계 내규 등 관련 규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재판소원 청구서 기재사항과 첨부서류 등을 반영한 심판규칙 개정도 법 공포 시점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전자 접수 시스템도 구축했다. 헌재는 전자헌법재판센터를 통해 재판소원 사건을 접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 기능 개발을 완료했으며 법 시행일에 맞춰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홈페이지에는 재판소원 청구 방법과 청구서 작성 방식 등을 안내하는 자료도 게시된다.
법원과의 기록 송수신 체계도 마련된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에 따라 재판소원 심리에 필요한 경우 법원에 재판기록 송부나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이 전자헌법재판센터 기관회원으로 가입하면 전자적으로 자료 제출과 송달도 가능해지는 만큼 이를 활용해 필요한 기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확정된 형사사건 기록을 보관하는 검찰과도 자료 송부 방식에 대해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헌재는 사건 증가에 대비해 인력 확충 필요성도 언급했다. 우선 기존 인력 재배치와 지원 근무 방식으로 대응하되, 장기적으로는 연구관과 심판사무 인력 증원을 위해 예산 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다.
재판소원 적법요건·남용 가능성 등은 과제
전반적인 제도 구축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재판소원 운용과 관련한 쟁점도 남아 있다. 재판소원의 적법요건, 재판 취소 이후 절차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적법요건 판단은 구체화되어야 할 기준 중 하나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재판소원 역시 헌법소원의 한 유형이기 때문에 기존 헌법소원에 관한 적법요건은 모두 적용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소원의 경우 법원의 헌법 판단을 다시 심사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특별한 적법요건이 요구될 수 있다"며 "그 부분은 판례로 형성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재판을 취소한 이후 절차를 둘러싼 문제도 남아 있다. 헌재는 재판이 취소될 경우 해당 심급의 법원으로 돌아가 다시 재판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재판부가 다시 심리를 맡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법원의 심판사무 분담에 따라 정해질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형사사건이나 선거사건처럼 판결의 효력과 후속 절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에서도 운용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역형이 확정된 수형자가 재판소원을 제기한 경우 가처분을 통해 형집행정지와 유사한 조치가 가능한지, 공직선거 사건에서 당선무효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 이미 진행된 절차를 어떻게 정리할지 등도 향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재판소원 청구 증가와 남용 가능성에 대비한 제도적 대비책도 검토 단계에 있다. 헌재는 외국 사례와 국내 상고사건 대비 불복률 등을 고려할 때 제도 시행 이후 연간 1만~1만5천건 정도 사건이 추가로 접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손 처장은 "재판소원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들에선 국가 경험에 따라 사전 심사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사전심사를 통해 최대한 대응해 보고, 그것으로 감당이 어려울 경우 여러 제도를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