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이 현실화 되고 있다.
수출길 봉쇄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본격적으로 감산에 들어간 것인데, 이번 여파로 전 세계 석유 공급의 20%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의 주요 남부 유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기존 430만 배럴에서 70% 급감한 130만배럴로 급감했다.
이라크 남부 유전의 생산·수출을 관리하는 바스라 석유공사 관계자는 "원유 저장이 최대 용량에 도달했다"며 "대규모 감산 이후 남은 생산량은 자국 내 정유시설에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라크도 원유 수출이 급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의 원유 수출량은 이날 기준 하루 평균 약 80만배럴 수준으로, 유조선 두 척만 선적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역시 원유 생산량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전략적 요충지이자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기름을 수출해 온 중동 산유국들은 저장 공간 부족 등을 겪으며 본격적으로 기름 생산을 줄이고 있다.
'불가항력' 조항 발동도 잇따르고 있다. 바레인 유일의 정유시설을 운영하는 밥코 에너지스는 최근 자사 정유 단지에 대한 공격 여파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이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 역시 "이란의 계속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에 따라 예방적 조치로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세계 2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 카타르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타격받자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하고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자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걸프 지역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전례 없는 양의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쟁 여파로 걸프지역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한국시간 9일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에너지 그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전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20%)에 영향을 미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차질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래피던 에너지 그룹은 이번 위기가 이전까지 최대 석유 공급 충격으로 꼽히는 1956~57년 수에즈 위기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고 FT는 전했다. 수에즈 위기 당시에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의 10%가 차질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