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남성은 왜 '차별받는다' 느끼나…'차별을 훔치는 남자들'

엡스타인 고발한 버지니아 주프레가 기록한 참상 '노바디스 걸'

은행나무 제공

제프리 엡스타인 성폭력 사건의 핵심 생존자 가운데 한 사람인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의 회고록 '노바디스 걸'이 국내에 출간됐다.

이 책은 엡스타인과 그의 공범 맥스웰을 공개적으로 고발해온 주프레가 자신의 삶을 직접 기록한 회고록이다. 어린 시절 가족 내 성폭력 피해에서 시작해 성착취의 표적이 되고, 이후 생존자로서 침묵을 깨고 세상 앞에 나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책은 엡스타인 사건을 단순한 권력형 스캔들이 아니라 한 소녀가 어떻게 반복적인 폭력에 노출되고, 왜 그 구조에서 벗어나는 일이 기적처럼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생존자의 서사로 풀어낸다. 저자는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성착취의 표적이 된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말하던 사람들에게서 버려지는 순간부터 무너졌다"고 고백한다.

회고록은 엡스타인과 맥스웰이 취약한 소녀의 상처와 결핍을 어떻게 파고들었는지도 구체적으로 증언한다. 돈과 친절, 보호의 언어로 접근했지만 실상은 통제와 착취였고, 피해자는 생존을 위해 가해자에게 의존하는 왜곡된 관계 속으로 밀려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사건 이후의 삶에도 시선을 둔다. 주프레는 피해자들이 합의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거짓말쟁이'나 '돈을 노린 사람'으로 비난받아온 현실을 비판하며, 실제로 상처 입은 삶을 복구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바디스 걸'은 미투 운동 이전부터 엡스타인과 앤드루 왕자 등을 고발하며 이어졌던 오랜 싸움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명예훼손과 협박, 사회적 낙인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그 증언은 다른 생존자들의 연대로 이어졌다.

출판사는 이 책이 엡스타인 사건을 둘러싼 이름과 스캔들에 머물지 않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회복과 정의를 다시 묻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노바디스 걸'은 잔혹한 사건의 전말보다, 그 폭력을 견디고도 끝내 말하기를 선택한 한 인간의 존엄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책이다.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 지음 | 김나연 옮김| 은행나무 | 656쪽


한겨레출판 제공

젠더 전문기자 박정훈이 신작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을 펴냈다. 전작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에 이은 세 번째 책으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확산된 안티 페미니즘과 청년 남성 피해자 담론의 배경을 분석한다.

저자는 책에서 청년 남성들이 '남성 역차별'과 '남성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게 된 사회적·정치적 흐름을 짚는다. 특히 정치권이 안티 페미니즘과 여성혐오를 '억울한 남성의 목소리'로 승인하면서 혐오가 확산되고 공동체가 분열되는 상황을 비판한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남성과 여성 모두의 삶을 악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청년 남성들이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게 된 배경을 추적한다. 저자는 가부장적 질서가 약화된 이후 남성들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불안과 분노를 느끼고, 이를 '여성이 몫을 빼앗고 있다'는 반여성주의적 인식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한다.

2부에서는 교제폭력 살인, 디지털 성범죄, '잠재적 가해자' 논쟁, 집게손 음모론 등 다양한 젠더 이슈를 통해 남성 중심 문화가 만들어낸 문제를 살펴본다. 저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여성혐오적 밈과 언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이러한 문화가 또래 집단 안에서 동질감 형성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3부에서는 혐오와 경쟁 중심의 사회 분위기를 넘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남성을 공격하는 사상이 아니라 폭력과 차별을 줄이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언어라고 강조하며, 남성들 역시 이러한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은 젠더 갈등이 심화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남성성과 성평등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살펴본다.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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