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이 업무추진비를 주말에 골프장에서 쓰거나, 사용처를 명시하지 않는 등 부적절하게 사용한 정황들이 CBS노컷뉴스 취재에서 확인됐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5년 동안 사립대학의 총장·이사장·상근 이사의 업무추진비를 전수조사했다. 2020년~2021년 업무추진비 자료는 정보공개청구, 2022년~2024년 자료는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통해 8만 2151건을 확보했다.
'엄격'해야 하는 업무추진비
사립대학의 업무추진비는 엄격한 통제를 받아 지출해야 한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법 때문이다. <사학기관재무회계특례규칙 해설서>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지출 목적이 법인 및 대학교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부합됨을 입증'해야 하며, '집행내역을 육하원칙에 맞게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특히 ①사적 용도 ②공휴일·휴무일 ③객관적 입증 서류 미비 ④관할구역을 현저하게 벗어난 원거리 지역에서 업무추진비 지출을 금지한다.
'영업 기밀'이라는 성균관대
성균관대의 경우, 골프장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성균관대 A 상임이사는 업무추진비 701만 9400원을 회원제 골프장에서 썼다.
2023년 4월 1일(토) 169만 1200원(안양CC), 2024년 4월 7일(일) 234만 1천원(안성베네스트GC), 2024년 4월 13일(토) 298만 7200원(안양CC) 등이다. 사용 내역엔 '성균관대 업무협의'라고 공시했다.
앞선 기준에 따르면, 휴일에 결제(②)했고, 성균관대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부터 먼 거리인 안양·안성 골프장에서 지출(④)했다는 점에서 모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쓰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①, ③)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CBS노컷뉴스는 업무 연관성과 객관적 입증 서류 등을 요청했으나, 성균관대 법인 측은 "법인의 정당한 경영·영업상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구멍 뚫린 자료들…육하원칙 없었다
업무추진비를 원칙에 맞지 않게 쓴 사례는 적지 않았다. 사립대학들이 지난 5년간 휴일 및 공휴일에 업무추진비를 사용 횟수는 9253번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육하원칙에 따라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시하지 않았다. 아예 기록을 누락한 것이다.
아주대학교 B총장은 2024년 1월 3일(수) '신년 연하장 발송', 2월 1일(목) '명절 선물 발송' 사용처를 '.(-)'으로 표기했다. 아주대는 CBS노컷뉴스에 "담당자가 구입처를 단순 실수로 미기재 했다"고 설명했다. 안양대학교 C총장 역시 2022~2024년 34번의 결제내역에 사용처를 기입하지 않았다.
'공개'만 한 대학들 …"교육부 책임 있어"
사립대학이 업무추진비를 처음으로 공개한 계기는 정부의 사학 혁신 기조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2019년 교육부는 국정과제로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내세워 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사립대학에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대규모 국가 재정을 투입하기 때문에 사립대학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학교법인 임원·학교장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음'을 지적하며 '사립대학의 운영 투명성 강화'를 약속했다. 그 이후 사립대학들은 2020년부터 총장·이사장·상근 이사의 업무추진비를 의무적으로 공개했다.
교육부는 그렇다면 제대로 실태점검과 감사 적발을 해왔을까. 교육부 사립대학지원과는 CBS노컷뉴스에 "사립대학(법인) 회계관리 안내서를 통해 업무추진비 등 기타비용 집행 시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학교법인의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부회계 감사에 대한 감리 및 예결산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임 연구원은 "지금은 법망이 허술해 '단순 공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교육부가 사학 혁신의 책임을 내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