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통일교 해산 '교리 공동체' 한국 통일교 운명은?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하 일본 종교법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본부.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일본 통일교)이 아베 전 총리 저격사건으로 촉발된 고액 헌금 문제로 결국 종교법인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일본 도쿄고등재판소는 4일 일본 통일교에 대한 해산 명령 청구 항소심에서 통일교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교단 해산을 명령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아베 전 총리 저격 사건으로 불거진 통일교의 고액 헌금을 문제 삼아 지난 2023년 10월 도쿄지방재판소에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3월 일본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통일교 종교법인 해산을 명령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일본 통일교는 종교법인 해산 명령에 따라 종교법인 지위를 상실하고, 세제 혜택도 상실한다.

또, 재산 청산 절차를 개시해 고액 헌금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가 청산인단을 구성해 전국 300여 개 교회와 150여 개 관련 시설 조사에 착수했고, 재산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결정한 도쿄고등재판소 판결문.

일본 법원 판결문 179 페이지 분석…통일교 실체 완벽 분석한 법원


CBS가 입수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일본 법원은 1958년 일본에서 포교를 시작한 통일교의 역사부터 운영방식, 한국 통일교와의 관계, 헌금 수입 및 송금 상황 등 통일교 전반을 들여다 본 뒤 통일교 종교법인 해산 명령 청구에 대한 가부를 판결했다.
 
판결문은 모두 179페이지 분량에 이른다.
 
일본 법원은 통일교의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헌금 유도와 물품 판매 행위는 법인에 귀속되는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사회적 피해가 매우 커 종교법인 해산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일본 법원은 △ 한국가정연합 및 문선명 등의 활동 △ 헌금 수입 및 해외송금 상황 △ 통일교 신자들에 의한 불법행위 △ 2009년 '컴플라이언스 선언(헌금 지도)' 이후의 상황 △ 손해상황 △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 이후로 나눠 불법행위를 열거했다.
 
"통일교 수입 한해 약 500억 엔 추이…해외선교 한국 송금 90% 초과"

일본 법원은 "통일교 수입은 신자들의 헌금이 97%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헌금 수입 예산액은 컴플라이언스 선언 이후에도 이전과 거의 같은 수준인 약 500억 엔(약 4,696억 원)대 추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통일교는 매년 해외선교원조비를 예산에 계상해 왔으며, 그 금액은 2000년 전후에는 연간 운영비의 50-60%(약 100억 엔)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송금액은 연간 약 83억~179억 엔(약 1,683억 원)이었고, 해외 송금액의 90%를 초과한 금액이 한국으로 송금됐다"고 기술했다.

 

통일교 교리 들여다 본 법원…"문선명 '일본 세계의 어머니' 경제 원조 제시"


일본 법원은 한국으로의 거액 송금은 통일교 교리에 따라 이뤄졌다고 봤다.
 
일본 법원은 "문선명은 일본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일본은 세계의 어머니로서, 설령 굶더라도 세계 각국을 보호하고 경제적으로 원조하여 키워야 한다'는 방침을 제시하였다"고 밝혔다.
 
통일교에서 이야기하는 '경제복귀' 교리이다.
 
통일교 탈퇴자 A씨는 "통일교는 한국을 아담 국가로 부르고, 일본은 해와(하와) 국가, 미국은 천사장 국가로 가르쳤다"면서 "해와가 아담을 타락시켰기 때문에 해와 국가인 일본이 한국을 위해 희생 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교리로 물질을 바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2017년 9월 12일 자 [통일교 르포] ④ 日 '혐한' 근원지가 통일교?…"일본 침략 죄값 헌금해라" 강요)


일본 통일교 신자들에게 헌금을 독려하는 공문.

일본 통일교 탈퇴자들, 1980년대 후부터 '조상해원헌금' 고통 호소

일본 사회에서 통일교 고액 헌금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불거진 것은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일본 통일교가 신도들에게 조상해원을 명목으로 '영감상법'을 주입해 헌금 실적을 강요하면서 가정 파괴 사례가 속출했다.(관련기사 2022년 7월 19일 자 [단독] 일본 통일교 헌금 가평군 '통일교 타운' 사업비 유입 의혹)
 
이단 전문가들은  "통일교 교리에 세뇌 된 신자들이 지상천국 실현을 위해 계속해서 조상해원헌금, 특별헌금, 감사헌금 등 각종 헌금을 바치다보니 가정이 붕괴되고 (아베를 저격한) 야마가미 같이 통일교에 대한 원한이 쌓이는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관련기사 2017년 9월 6일 자 [통일교 르포] ② 일본신도들, "방한 때마다 100만엔씩 청평수련원에 배달" 외화 밀반출 폭로)


 "'자신의 생명과 전 재산 해당 모든 것 바쳐야 한다' 가르쳐"


 일본 법원은 통일교 간부들의 헌금 강요 행위도 지적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통일교 회장 등 간부들은 신자들에게 '빌려서라도 하늘에 바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죽을 일이 있더라도 만물복귀에 합격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과 전 재산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세속적으로 보면 최악일지라도 천(天)적으로 보면 최선이다' 등을 설교했다"고 적시했다.
 
법원은 또, "일본 신자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세계 각국을 위해 경제적 원조를 해야 한다는 문선명(사후에는 한학자)의 방침에 따라 통일교의 헌금 수입을 증대시키고 한국가정연합 자금을 포함한 문선명(사후에는 한학자)의 활동 자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회장 등 간부의 승인 아래 신자들에게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일탈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수치 목표를 정해 헌금 및 물품 구입 권유를 하도록 요구하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간부들은 신자들이 수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헌금 권유를 할 것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용인하였다"고 못 박았다.
 
법원이 사회 통념을 벗어난 과도한 헌금 강요를 반사회적 행태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9년 컴플라이언스 선언 후에도 불법행위 여전 지적


일본 법원은 2009년 2월 통일교가 고액 헌금 문제를 자정하겠다고 천명한 '컴플라이언스 선언' 뒤에도 불법행위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통일교는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불법행위 방지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고액 헌금 완납을 독려하고 KPI 평가(교구·지회별 헌금 및 기부 평가)에서도 소송 감소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등 불법행위 자체의 방지보다 문제의 표면화를 억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일본 통일교는 컴플라이언스 선언 후에도 헌금 예산은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법원은 2022년에는 560억 엔(약 5,258억 원)을 거둬들였다는 구체적 수치를 들어 불법적 헌금 권유가 계속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간부들 실질적 조치 취하지 않고 해외 송금 계속"

법원은 "간부들은 컴플라이언스 선언 이후에도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동일 수준의 예산을 계속 결정했다"며, "이는 해외송금이 계속된 점과 함께 고려할 때 헌금 수입 및 활동 자금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2019년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일본 방문을 알리는 전단지.

 

통일교 해산 트리거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 언급…"자발적 개선 기대 어렵다"


일본 법원은 소송의 트리거가 된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 이후 통일교 대응도 살펴봤다.
 
법원은 "2022년 7월 사건 이후 예산 감액 조치가 있었으나 이는 일시적, 외발적 대응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법원은 △ 근본 원인을 인정하지 않은 점 △ 사회적·도덕적 책임 차원의 대응에 그친 점 △ 과도한 활동 자금 요구를 거부할 의사·능력이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다시 과도한 목표 설정을 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일본 법원은 "통일교는 종교법인법 제81조 제1항 제1호 (법령 위반 및 현저한 공공복리 침해)에 해당한다"며, "자발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실효적 수단은 해산명령 외에 없다고 판단되므로 헌법상 권리(신교의자유 등)를 고려하더라도 해산명령은 필요불가결하다"고 판결했다.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본부 천정궁. 가평=박종민 기자

이단 전문가, "한국 통일교 타격 불가피…한국도 똑같은 잣대 적용해야"


이단 전문가들은 일본 통일교 해산이 한국 통일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통일교가 종교법인 해산 명령 전 정관 수정에 나서 법인 재산을 일본 북해도 지역의 한 종교법인으로 옮기면서 재기를 모색하는 정황이 있지만, 교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밀착관계에 있는 한국 통일교와의 관계가 예전 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익명의 통일교 탈퇴자는 "통일교는 'One Family under God'란 캐치프레이즈로 축복가정을 내세웠지만, 종교법인 해산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사회에서 얼굴을 들고 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성공회 도쿄대교구 탁지웅 신부는 "이번 일본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하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비롯해 이전에 통일교와 연루설이 있던 국회의원들도 다시 뽑혀 사법 판단에 정치적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다"며, "올바른 판단이 나와 다행이다"고 말했다.
 
탁지웅 신부는 "종교법인에 대한 해산 명령은 굉장히 예외적인 조치이고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종교의 탈을 쓰고 반사회적인 반인륜적인 범죄를 일으킨 종교법인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통일교는 종교법인 청산 절차 개시에 반발해 일본 최고재판소에 특별항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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