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퇴직금 사건을 불기소했던 검찰 지휘부가 수사 초기부터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려 했던 정황을 안권섭 특별검사팀이 포착했다.
9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엄희준·김동희 검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엄 검사는 지난해 2월 13일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신모 검사에게 "쿠팡 사건은 근로감독관이 이상하니까 잘 정리해 봅시다"라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지난해 1월 23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의 엄성환 당시 대표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 기소 의견으로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송치했다.
부천지청장인 엄 검사는 송치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주임 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지시했다는 게 상설특검의 공소사실이다.
엄 검사는 일주일여 뒤 차장검사인 김동희 검사와 문지석 부장검사에게 '쿠팡 사건은 3월 안에 정리하되 김 차장이 문 부장과 신 검사를 지도해 단일한 결론으로 3월 7일 오전까지 결과만 보고해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특검은 같은 날 엄 검사가 신 검사를 따로 지청장실로 불러 "승인받은 취업 규칙이므로 고의가 없다는 취지를 대검찰청 보고서에 상세히 기재하라"며 무혐의 처분을 지시한 정황을 확보했다.
지시를 받은 신 검사는 지난해 3월 6일 무혐의 취지로 1차 대검 보고용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다. 문 부장검사가 반대 의견을 내비치자, 엄 검사는 '괜한 분란 소지 우려가 있으니 취업 규칙 무효 여부를 우리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며 그대로 대검에 보고할 것을 김 검사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부장검사가 1차 대검 보고서에 자신의 의견이 누락된 점에 관해 대검에 이의를 제기하자, 엄 검사는 자신과 소통 없이 대검과 소통한 점에 대해 문 부장검사를 질책했다.
특검은 이때부터 엄 검사와 김 검사가 문 부장검사를 대검 보고 과정에서 배제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김 검사는 지난해 4월 15일 2차 보고서 초안을 신 검사에게 보내며 '기록 쪽수 등만 수정해 보고하면 되고 문 부장에게는 참고만 하라고 보여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흘 뒤에는 신 검사에게 '부장검사한테 말 안 했죠? 보고 진행 중인 건 말하지 마시죠'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문 부장검사를 '패싱'하도록 했다는 게 특검 설명이다.
이 밖에 공소장에는 김 검사가 대검 담당 간부에게 '쿠팡 사건 2차 보고서에 대한 반려가 있으면 저나 신 검사에게 조용히 알려 달라. 문 부장검사가 또 대검에 연락하고 시끄럽게 할까 봐 보고 절차를 조용히 진행 중이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정황도 담겼다.
엄 검사와 김 검사는 특검의 공소사실이 사실과 다르다며 재판 과정에서 혐의 유무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