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천원 시대 초읽기…정부, 가격상한제 도입 검토

범부처 고강도 대응에도 꺾이지 않는 유가…서울 휘발유 2천원 육박
정부, '최고가격제' 실무 검토 착수…시장 왜곡·재정 부담에 신중 기류

황진환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충격으로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2천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자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8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제'라는 초강수를 검토하게 된 건 급등한 국제 유가가 통상 2주 걸리던 시차 없이 국내 석유류 가격에 즉각 반영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즉각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은 지난 6일부터 불법 석유 유통, 매점매석, 가짜석유·혼합판매 등 불공정 거래 행위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유소들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법무부도 유가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대검찰청에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재정경제부는 유류세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밤 11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90.87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유가가 높은 서울의 경우 평균 가격은 이미 1900원을 넘어 1942.08원이다. 전날보다 오름폭은 다소 줄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기름값의 추가 상승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기름값 2천원 시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석유 최고가격 지정 고시를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해당 조항은 석유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초과 수익은 정부가 환수한다.

다만 최고가격 지정제가 지난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지난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된 비상조치인데다 시장 부작용이 우려돼 실제 도입 여부를 놓고는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누를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의 수익성이 악화돼 공급 물량을 줄이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공급 절벽'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대란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또 석유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민간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해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와 비축유 방출 등 다른 대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국내 유가 시장의 흐름을 좀더 살펴보고서 최고가격제 발동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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