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지만 중동 물류 의존도가 높지 않은 부산항은 지금까지 큰 어려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 세계적인 해운 물류 시장 대란이 사실상 시작된 만큼 사태가 길어질수록 부산항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부산항만공사(BPA)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이후에도 부산항은 지금까지 큰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 BPA는 부산항의 중동 지역 수출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지금까지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산항의 중동 지역 수출입 비중은 전체의 4%, 환적 화물은 1% 미만이다.
이란은 미국 등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유조선 7척과 컨테이너선 1척 등 민간 선박 여러 척이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상선을 호위하겠다고 밝히면서 해협을 둘러싼 교전 가능성까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석유 등 에너지 외에도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의 10%가 지나는 핵심 지역이다. BPA 분석에 따르면 해협 봉쇄로 현재 안쪽 바다인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은 132척, 고립된 화물은 전 세계 선대의 1.4%에 달하는 45만 8천 TEU로 파악됐다. 우리 선적 화물선 한 대도 내해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컨테이너선은 대부분 정해진 노선을 주기적으로 오가는 '정기선'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길이 정체되면 해당 노선은 물론 주변 정기선에서 심각한 혼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동지역에 발이 묶이는 배가 늘어날수록 화물을 실을 배를 찾지 못하는 '선복 부족' 현상이나 항만·터미널 적체와 혼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BPA는 중동 인근 주요 허브 항구에 환적 물량 등에 의한 적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싱가포르 등 동남아 주요 환적항까지 이런 혼잡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이응혁 국제물류지원실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한 화물들이 인근 항만에 화물을 내려놓기 위해 예정에 없던 기항을 결정하고 항만 인근에 계속 대기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혼잡이나 정체가 빚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 상황이 계속되면 선복 부족 현상은 계속 심해지고 한 노선에서 발생한 혼잡이 다른 정기노선까지 이어질 가능성 크다. 운임 상승 등 연쇄 효과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물류망이 촘촘히 연결돼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사태가 길어지면 부산항 역시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부산에서 중동을 오가는 4개의 정기노선도 시간이 갈수록 운항에 차질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존의 중동발 해운 위기 사태 등의 경험에 비춰볼 때 광범위한 위기보다는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응혁 실장은 "2024년 발생한 홍해 사태 때에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주요 항만은 큰 혼잡을 겪었지만, 부산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며 "부산항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긴장감을 가지고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는 등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계기관은 각각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BPA는 '중동사태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글로벌 선사와 해운 물류 동향 등을 분석하는 한편 부산항 안팎의 상황 등을 살피고 있다. 해양수산부 역시 비상대책반을 통해 해당 지역 선박·선원 안전과 함께 해운 물류 동향과 피해 등을 파악하고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