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장비업체서 뇌물 수수 혐의' 지진전문가…1심서 무죄

재판부 "강한 의심 들지만, 범죄 증명 부족"


미국과 영국의 지진장비 제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내 저명한 지진전문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지헌철(68) 전(前)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 전 센터장은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국내 수요기관에서 특정 지진장비가 선정되도록 돕거나 경쟁사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영국·미국 장비 제조업체 2곳으로부터 총 31차례에 걸쳐 104만 4690달러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 전 센터장이 뇌물을 수수하면서 정상적인 자문료인 것처럼 가장한 것으로 보고,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앞서 지 전 센터장은 같은 사안으로 미국에서 기소돼 2017년 로스앤젤레스 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14개월과 벌금 1만 5천달러, 보호관찰 1년 처분을 선고받았다.

지 전 센터장은 재판 과정에서 "업체들과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기술 자문을 수행한 뒤 정당한 자문료를 받은 것"이라며 직무 관련 대가성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업무와 관련된 직무행위의 대가 성격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법원에서 채택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주요 증거 상당수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공소사실이 추상적으로 기재돼 있고, 금품과 구체적인 직무행위 사이의 대가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일부 증인은 제품 선정 과정에서 지 전 센터장의 영향력을 부정하는 취지로 증언했으며, 돈을 지급한 회사 직원들이 미국이나 영국에서 증뢰나 증죄로 의율 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의심스러운 사정만으로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관계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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