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진 의혹' 경찰관 감사실장 발령…"문책 인사 맞나"

'경찰 인사 청탁' 연루 A경감 화성동탄서 '청문감사실장' 발령
경기남부청 "문책성 전출" vs 화성동탄서 "가까이 관리하려 임명"
경찰 내부에선 "징계 대상자가 사내 기강 맡나" 비판도

경기남부경찰청. 김수진 기자

건진법사의 인사 청탁 의혹에 연루돼 문책성 전출을 당한 경찰관이 부임지에서 경찰 기강을 담당하는 요직을 맡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좌천 인사라던 경찰의 설명과 달리, 내부 비위를 단속하는 핵심 보직을 맡게 되면서 경찰 사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경기남부청 소속 A경감을 화성동탄경찰서로 발령했다. A경감은 지난 2022년 건진법사가 윤희근 전 경찰청장에게 적극 행정 포상과 특별 승진을 청탁한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당시 건진법사가 처남 '찰리'를 통해 인사 청탁 문자를 보낸 정황이 지난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며 큰 논란이 됐다.

경기남부청은 취재진에 A경감의 인사가 사실상의 문책성이었음을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 등으로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본인 의사에 반해 경찰서로 강제 전출시킨 것"이라며 "주거지 등을 고려해 화성동탄서로 보내는 절충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A경감이 화성동탄서에서 맡게 된 보직이다. 일반적으로 경찰서 내 보직 인사는 경찰서장의 권한이다. 하지만 A씨는 서내 인사배치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감찰 업무를 총괄하는 청문감사실장이라는 주요 보직을 맡게 된 것.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사실장은 동료 경찰관의 비위를 조사하고 징계를 건의하는 자리인데, 인사 비리 의혹에 연루됐던 인물이 이 자리에 앉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경기남부청 내부에서도 A경감의 감사실장 부임 소식에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청문 부서 차원의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의 한 경찰관은 "징계 우려가 있는 직원이 다른 직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지난주 내내 내부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이야기가 화두가 될 만큼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탄서 직원이 과연 A경감의 감찰에 순응하겠느냐. 이미 조직 내 질서가 무너진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서 경찰서장의 고유 권한인 보직 임명권이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청의 인사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보직 임명권자인 이태욱 화성동탄경찰서장은 "본인은 다른 보직을 1지망으로 희망했지만, 이에 적임자를 배치하느라 남은 자리 중 감사실장을 맡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서장은 이어 "문제 소지가 있는 직원일수록 근거리에 두고 직접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인원이 적은 감사실이 서장이 직접 통제하기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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