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의 핵심 장치인 직접생산확인제도가 허술하게 운용되면서, 공공기관 입찰 계약의 운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발급된 직접생산증명서를 믿고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업체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계약 절차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전북교육청 '2025 인공지능활용 똑똑수학탐험대 함께학습지' 인쇄·제작 입찰을 두고 직접생산 인증기관인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은 낙찰 업체에게 직접생산 인증서를 발급했지만, 이후 실태 조사에서 '해당 업체의 직접생산은 불가능하다'고 다시 판단했다.
계약을 발주한 전북교육청은 직접생산 증명서와 현장 검증을 토대로 사업 요건을 충족했다고 여겨 계약을 진행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공공조달의 핵심 장치인 직접생산확인제도의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계약 기관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접생산 여부가 핵심 자격 요건인데 계약 과정에서 판단이 뒤집히면, 계약 취소나 재입찰 가능성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직접생산 증명서를 토대로 계약을 진행하는데 실제 증명서와 달리 직접생산이 불가능하다면 발주기관도 계약을 추진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며 "현장에서 보더라도 전문성이 없어 정확하게 직접생산을 판단하기 어려운데 결국 분쟁과 감사 위험은 현장에서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조달 업계에선 직접생산 여부를 두고 특정 시점에만 관리 감독에 대비하는 '꼼수'도 만연하다고 지적한다. 인쇄기의 경우 직접생산을 위해 필요한 장치가 수천만 원을 호가해, 직접생산을 하지 않고 하청업체 납품을 받아 계약을 이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뜻이다.
한 조달업계 관계자는 "직접생산인증서를 발급받고 나서 실제 직접생산을 이행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며 "인증서만 받으면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특히 정말로 직접생산이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 감독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하청업체를 통해 계약을 이행하는 등 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밝혔다.
실제 중소기업유통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292건의 직접생산확인증명서가 취소됐다. 이 중 266건이 하청 부정 납품으로 인한 취소 사례였다.
한국중소기업벤처유통원 조사 인력 등의 한계로 증명서 발급 건수에 비해 실태 조사 건수가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부정 납품 사례는 더 많을 공산이 크다.
도내 한 변호사는 "입찰 당시 계약 요건을 충족했다고 하더라도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요건을 맞추지 못한다면 계약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사업 요건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판단해야 계약 과정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