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놀랍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빈방문한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 대통령과 면담에서 "(싱가포르에 대해) 정말로 놀라운 점은 이 좁은 국토에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뤄 냈으면서도 주택이나 부동산이 사회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국토 면적은 735㎢로 600㎢인 서울의 1.2배에 불과하다. 인구는 610만명으로 980만명인 서울의 62% 수준이다.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크기에 따라 한화 5억 원에서 10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주택의 최근 평균 매매가가 9억 8천여만원이니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서울 주택 가격과 얼추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수치가 하나 있는데, 1인당 국내총생산이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기준 9만 2천여 달러로, 3만 3천여 달러인 한국의 3배에 가깝다.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서울 집값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싼 셈이다.
높은 자가 보유율이 낮은 집값을 입증한다. 싱가포르의 자가 보유율은 무려 80%에 이른다. 48%인 서울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 전체로 따져도 싱가포르가 20% 포인트 높다.
이처럼 높은 자가 보유율의 원천은 공공주택에 있다.
싱가포르는 한국의 LH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HDB(주택개발청)가 주택 공급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체 주택 보유자의 90%가 HDB의 공공주택을 갖고 있다.
HDB 주택은 민간 주택보다 많게는 50% 정도 싸게 분양된다. 땅값이 싼 국유지에 지어지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토지 임대부 분양인데, 분양받은 사람은 99년 동안 토지 이용권을 갖는다. 5년~10년을 의무적으로 실거주하고 나면 팔 수도 있다. 인기 지역 공공주택은 매매 차익의 6~9%를 국가가 환수한다. 하지만 분양과 재판매는 평생 각각 두 번으로 제한된다.
'영세민'용 임대주택 이미지가 강한 한국의 공공주택과 달리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방 1칸에서 5칸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특히 방 4칸(방 3개에 거실 1개) 짜리 공공주택이 전체 공공주택의 40%에 이르고 방 3칸(방 2개+거실)과 5칸(방 4개+거실) 짜리가 각각 23%를 차지하는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공공주택 분양 대금도 어렵지 않게 치를 수 있다. 정부가 소득에 따라 보조금을 주고 전국민이 의무가입한 중앙연금기금에서 일부를 당겨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교민에 따르면 신혼부부가 방 3칸 짜리 공공주택의 초기 분양 대금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HDB가 저렴하게 양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비결은 토지 국유화에 있다.
싱가포르도 한국처럼 1960년대까지 판자집이 수두룩했다. 당시 리칸유 수상이 공공주택을 국가 발전의 핵심으로 꼽고 토지 국유화를 강력 추진했다. 공공 택지 개발 등 국가 개발 사업 시 민간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토지취득법 등을 만들어 국유지를 늘려갔다. 현재 싱가포르 국토의 90% 정도가 국유지다. 국토 대부분이 국유지니 공공이 주택 공급을 적기에 민간보다 싸게 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국유지가 25%에 불과한데다 개발한 공공 택지도 민간 건설사에 팔아 넘기기 바빴다. 사정이 이러니 한국의 공공주택 공급 여력은 수도권에서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1·29 부동산 공급 대책도 수도권 6만호에 불과하다.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 성공의 비결이 토지 국유화에 있다고는 하나 한국이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수천 조 원에 이를 토지 수용 비용 등 현실적 문제는 물론 사유재산권 침해 등 극심한 이념 논쟁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에서 배울 점은 공공성이다. 시장과 민간에 맡겼던 주택 공급에 공공이 적극 나서야 한다. 분양된 공공주택의 시세를 낮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세제와 인센티브 제도도 개발해야 한다. 매매 차익 환수 방안도 빼놓을 수 없다.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도 키워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공공성을 높이려는 것에 대해 일부 보수 세력들은 '사회주의 정책'이니 '공산당 정책'이니 하며 '민간과 시장에 맡겨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껏 부동산 시장을 민간에 맡긴 결과는 실패였다.
개인의 택지 보유를 제한하는 택지소유상한제와 개발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는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을 공식 제안한 것은 1989년 노태우 정부 때다. 보수 정권조차 부동산 정책에 공공성을 강화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30여 년이 흐르면서 토지공개념은 정치권에 의해, 헌법재판소에 의해, 그리고 일부 국민의 탐욕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라도 부동산 공공성을 되살려야 한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