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을 내정했다.
총리급인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전 의원에 이어, 친홍준표계로 불리는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임명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정'에 방점을 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혜훈 낙마 32일만에 박홍근 지명…박원순계·기획처 배려
박홍근 후보자의 지명은 이혜훈 전 후보자의 낙마 32일 만에 이뤄졌다.정치인 출신인 이혜훈 후보자의 낙마 후 청문회를 고려해 늘공(직업공무원) 출신 인사를 배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다시 정치권 인사가 발탁된 것이다.
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은 여러모로 안정감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과거 친박원순계에서 박 전 시장의 별세 후 친명계로 활동한 대표적 인사 중 한 명이다.
이미 적지 않은 옛 친박원순계 인사들이 이 대통령의 과거 민주당 대표시절부터 중용이 됐지만, 장관급 인사로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된 기획예산처의 성격을 고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총리 자리를 재정경제부가 가져간 만큼, 실무에 있어서 힘을 실어줄 인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 인사가 장관으로 임명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박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1기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으며 당내 투톱으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 전 후보자와 같은 경제분야 전문가 출신은 아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과 간사, 위원장을 지내 예산분야 경험이 풍부한 데다, 22대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어 최근 재경부와 기획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주류 박용진도 중용…서울시장 경선에도 영향
이 대통령의 안정 행보는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인사에서도 나타났다.우선 박용진 전 의원은 당내 대표적 비주류 인사로 분류된다.
2024년 총선에서 경선 패배로 의원직 3선 도전에 실패했고,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2022년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맞붙으며 비명계로 분류돼 왔는데 총리급 직위에 임명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장관급인 지방시대위원장에 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임명하며 당내 통합에 나섰는데, 박 전 의원의 이번 임명 또한 이와 궤를 같이 한 행보로 풀이된다.
박 후보자 지명과 박 전 의원 위촉은 서울시장 선거 민주당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후보자는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을 진행 중이었으며, 박 전 의원은 후보군으로 분류돼 왔다.
당초 이들과 함께 박주민·전현희·김영배 의원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형남 전 군인원센터 사무국장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던 서울시장 경선은 이들의 이탈로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홍준표 책사'까지 중용…"안정화 통한 지선 부담 줄이기"
박 전 의원과 함께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으로 위촉된 이병태 교수 또한 안정화의 흐름으로 읽힌다.이 교수는 2021년 대선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의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아, '홍준표의 경제 책사'로 불려왔다.
때문에 이 교수의 위촉은 이혜훈 후보자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합리적 보수' 진영 인사에 대한 이 대통령의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교수는 "친일은 당연", 세월호 참사 추모에 대한 "천박함의 상징" 등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현재 보수진영의 핫이슈가 된 부정선거 음모론 등과는 거리를 둬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호흡을 같이 맞췄던 인사, 자신과 경쟁했던 비주류 인사, 보수진영 인사 등을 두루 기용한 것은 보은과 당 안팎 모두에 대한 안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코스피 상승,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쟁 등으로 지지율이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 더해 탕평 등 안정화를 통해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