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희가 보여드렸던 무대, 솔직하게 별로라고 이야기하시면은 저희가 빨리 받아서, 피드백해서 빨리 발전하는 그런 빅오션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상처 안 받습니다. 괜찮습니다. (웃음) 그리고 저희가 어쨌든 열심히 해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빅오션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최선 다하겠습니다, 파이팅!" (지석)
세계 최초 청각장애인 아이돌이자 수어 아이돌 그룹인 빅오션(Big Ocean)은 신곡 무대를 펼친 후, 취재진의 '솔직한 피드백'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 앞에 붙는 수식어로 인해 여러 편견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빅오션이, 이를 주제로 한 새 앨범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라 그런지 남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본인들만 힘든 싸움을 하는 게 아니고, 각자의 전장에서 '가장 위대한 싸움'(THE GREATEST BATTLE)을 하는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는 앨범에서 보여준 태도와도 맞닿았다. 편견과의 싸움은 계속하겠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것에는 상처받지 않는다는 담담함이 인상적이었다.
빅오션(찬연·PJ·지석)은 3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쇼킹케이팝센터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THE GREATEST BATTLE) 쇼케이스를 열었다. 2024년 4월 데뷔한 이후 언론 쇼케이스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현장에는 수어 통역사도 동석했다.
메인 래퍼 찬연, 메인 보컬 피제이(PJ), 메인 댄서 지석으로 구성된 빅오션. 멤버들은 저마다 다른 종류의 청각장애가 있어서 각자 '제일 잘 들을 수 있는 음역'도 다르지만, 음악을 향한 애정과 열정으로 벌써 세 번째 미니앨범을 세상에 내놨다.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이라는 제목처럼, 이번 앨범은 빅오션이 거쳐온 치열한 전투의 기록 그 자체다. 세상이 규정한 한계와 맞서며 스스로를 의심하던 순간까지도 통과해 온 이들의 전투를 주제로 한다. 데뷔 이후 갖은 편견과 줄곧 맞서온 빅오션의 '자기 서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석은 "이번 앨범은 힘든 싸움에서 승리한 위대한 전투를 주제로 했다. 저희는 장애라는 편견에 맞서 싸우며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사실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만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해 주고 싶다"라고 바랐다. 찬연은 "앨범이 한 사람의 성공 서사를 보여주는 듯한데, (그래서) 빅오션 이야기와 비슷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타이틀곡은 총 두 곡이다.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전투인 명량해전을 모티프로 한 '원 맨 아미'(One Man Army)와 달을 모티프로 전투 끝에 성숙해진 내면의 절제심을 그린 '콜드 문'(Cold Moon)이 더블 타이틀곡이다.
첫 번째 타이틀곡 '원 맨 아미'는 웅장한 스트링과 묵직한 808 베이스, 전통 군악기 사운드가 어우러져 전투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찬연은 "승산 없는 싸움을 승리로 만들기 위한, 나를 위한 응원가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든다. 이 노래를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PJ는 "국악 사운드를 썼다. 자연스럽게 퍼포먼스에서도 배를 띄우고 바다로 나가는 장면이라든지 학익진 대형으로 저희가 브이(V) 자를 서는 대형이 있다. 저희 멤버가 3명인데 적군 역할 하는 댄서분들을 20명으로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지석은 "(명량해전은) 울돌목에서 파도 방향이 바뀌면서 승패가 뒤집혀 승리하는 게 핵심이다. 저희 팬덤명이 파도인데 저희도 이 전투를 파도 덕분에 승리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해서 명량해전이 더 와닿았다"라고 전했다.
대규모 댄서와 함께 무대를 꾸미는 것은 빅오션에게도 뿌듯한 경험이었다고. 데뷔 2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뿌듯하거나 보람 있는 순간이 언제인지 질문에, 지석은 "저희가 처음으로 댄서 스무 명을 모셔 와서 이렇게 큰 작업을 하게 됐다. 타이틀곡 '원 맨 아미'를 큰 규모로 파도들과 많은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 순간이 너무 감동… 너무 감동적이고, 막, 마음이 너무… 벅찼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옆에 앉아 있던 찬연이 "우시는 거 아니죠?"라고 물었을 만큼, 지석은 감정이 차오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내 찬찬히 답을 이어갔다. 지석은 "저희가 이렇게 큰 규모로 한 적이 없는데, 멋있는 장면을 많은 분들 앞에서 보여준다는 생각에 너무 뿌듯했던 것 같다"라고 거듭 말했다.
PJ도 "3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댄서분들과 합 맞추는 시간이 많이 있었다. 새벽까지 연습하다가, 댄서분들과 뮤직비디오 티저를 같이 보는 시간이 있었다. 되게 뿌듯하고 다 같이 고생했다는 게 느껴져서 뭉클하더라. 2주년을 앞두고 동시에 3집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라고 언급했다.
멤버 전원이 '원 맨 아미' 작곡에 참여했다. 찬연은 "저희가 작년에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움을 받아서 스페인에서 열린 송 캠프에 참여했다"라고 운을 뗐다. 송 캠프란, 여러 작곡가가 모여 하나의 곡을 만드는 것으로 K팝 제작 과정에서 흔한 방식이다.
찬연은 "앨범 모티프가 명량해전이었던 만큼 좀 더 한국적인 악기를 썼으면 좋겠다, 좀 더 긴박한 분위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들리는 사운드는 이런 거다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했다. 채택 안 된 것은 조금 아쉽지만 저희가 작사에도 참여했다"라며 "재미있었다"라고 돌아봤다.
두 번째 타이틀곡 '콜드 문'은 감정을 폭발하기보단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는 성숙한 태도에 초점을 맞췄다. 경쾌한 신스팝과 뉴디스코 그루브 위에 단단한 포온더플로어 비트와 중독성 있는 베이스라인이 더해져 세련된 에너지를 완성하는 곡이다.
'콜드 문'을 두고 PJ는 "'원 맨 아미'는 스토리가 있고 웅장하다면 '콜드 문'은 가사도 쉽고 멜로디가 좀 중독적이다. 어떻게 보면 더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지석은 "서로 끌려서 주위를 맴돌지만 가까워지지 못하는 것을 달에 비유했다. 살짝 사랑을 참는 그런 마음? 조금은 연애 부정기? 그런 느낌"이라고 밝혔다.
PJ는 '콜드 문' 무대 감상 요소를 귀띔했다. 그는 "'유 앤드 미 임파서블, 너랑 나는 안 돼'라고 외치는데 이 노래가 끝나고 나면 누구나 '너랑 나는 안 돼' (뜻의) 수어가 뭔지 정확하게 아실 거다. 그만큼 반복적으로 나온다"라고 말했다.
빅오션이 지난 2년 동안 싸웠던 가장 큰 편견은 무엇일까. 지석은 "사실 가장 큰 편견이었던 건 청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너는 예술 활동, 음악에 대한 거는 전혀 안 될 거야' 하는 거였다. 남이 정하는 그 틀 안에서만 꿈을 꿀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무섭더라"라면서도 "(제게)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고 즐기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순간이다. 멤버와 같이 뜻을 모아 빅오션이라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투어에서 인상 깊었던 때로는 파도(공식 팬덤명)가 만들어 준 특별한 순간을 꼽았다. 지석은 "저희가 가장 힘들어하는 게 음악에 관한 건데, 도입부에 파도분들이 다 같이 이름 외쳐주면서 (노래) 시작하는 타이밍을 알려주더라. 그 부분에 저희가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었고 서로 믿음과 유대감이 생길 수 있어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공연을 위해 프랑스에 방문했을 때 본인과 지석이 각자 귀신을 봤다고 한 PJ는 "귀신을 본 건, 앨범이 성공할 조짐이라 생각하고 기분 좋게 들어왔다"라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원 맨 아미'의 수어 텃팅 안무를 가장 좋아한다는 지석은 그 장면을 보고 '진짜 멋있다!' '진짜 독기 뿜었다!'라는 반응을 들어 '독기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빅오션의 세 번째 미니앨범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은 오늘(3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