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을 넘어 경악이 앞선다. 현대 전장의 살상 과정, '킬체인(Kill Chain)'은 대체 어디까지 진화한 것인가. 미군은 단 12시간 만에 약 900개의 표적을 정밀 타격했고,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수뇌부를 사실상 궤멸시켰다. 단순한 무력의 우위가 아니다. 표적 식별부터 타격 결심까지, 킬체인 전 과정이 AI에 의해 자동화되고 압축된 결과다.
상대는 중동의 맹주이자 나름대로 촘촘한 방공망을 자랑하는 이란이었다. 심지어 중국이라는 거대 패권의 지원까지 받는 나라였다. 그러나 AI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AI는 분석과 목표 설정, 공격 명령에 이르는 전 과정을 '분' 단위로 단축했다. 팔란티어는 휴대전화 신호와 지형의 미세한 변화, 텔레그램 메시지까지 융합해 실시간 디지털 지도 위에 표적의 우선순위를 세웠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은 기밀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 평가와 전장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국제법 준수 여부나 부수적 피해 가능성조차 AI가 초고속으로 검토하며 인간의 결정을 '지원' 대신 '대체'했다.
가장 섬뜩한 진화는 타격 '승인'의 주체가 생성형 AI였다는 점이다. 인간 사령관이라면 수개월이 걸릴 900개의 심오한 결심이 찰나에 이뤄졌다. 폭격 후 성과를 확인하는 '전투 피해 평가(BDA)' 역시 0.1초 만에 끝났다. 생존율이 남으면 즉시 재타격 명령이 떨어진다. 아직 덜 죽었다, 마저 죽여라. 이제 전쟁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완전히 넘어선 '알고리즘의 영역'이 됐다.
인간의 생명이 걸린 안보라는 가장 첨예한 영역에서 AI가 핵심 역할을 대체했다면, 다른 분야는 어떨까. 사회, 정치, 경제의 문법 중 무엇이 AI의 결정보다 우위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정의로운 지능'을 내세우며 '다크 AI'를 활용하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가.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을 도리가 있는가. 이런 고민조차 사치일 수도 있는 게, 순식간에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는 이란의 초등학생들이 깔려 있다.
이 와중에 앤트로픽은 완전 자율 살상 무기에는 선을 긋겠다며 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트럼프 대통령 등으로부터 강력한 비난과 실질적 협박에 직면했다. AI 기술을 선점한 초강대국이 대놓고 '효율적인 괴물'이 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윤리적 결벽은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일 뿐이라는 방증이다. 기술 패권에서 밀려난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작은 괴물'이 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괴물이 되지 않으면 사멸할 것이라는 공포가 전 지구적 알고리즘이 된 시대. 우리가 터미네이터식 파멸의 엔딩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은, 이제 비관적 상상에 머무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