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정치참여 88.5% 반대…한국교회 불신 75.4% '역대 최고'

기윤실 '2026년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
교회 신뢰 회복 위해선 '윤리·도덕 실천' 필요
한국교회 이념성향 질문에는 종교·세대별 인식 차 뚜렷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정병오 신동식 이상민)이 지난 2월 27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에서 '2026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목회자의 정치적 발언과 정치 집회 참여에 대해 응답자의 88.5%가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5.4%로 2008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지난 1월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정치 참여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88.5%로 찬성(6.7%)보다 13배 이상 높았다. 종교 지도자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전반에 대한 불신은 이번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9.0%에 그친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5.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였던 2023년(74%)보다 상승한 수치다. 신뢰 하락의 원인으로는 '공공의 이익보다 교회의 이익을 앞세우는 태도'(24.0%)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목회자 개인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았다. 목회자의 말과 행동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1.1%,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3.7%였다. 기독교인 내부에서도 33.3%가 목회자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 저해 요인으로는 '교회 이익 우선 태도'(24.6%), '정치적 발언·집회 참여'(21.6%), '윤리·도덕성 문제'(21.1%)가 상위에 올랐다.

이 같은 불신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 개신교인 전반에 대한 평가로도 이어졌다. 개신교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신뢰도는 18.7%로 더 낮아졌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나만 옳다는 자세'(29.9%)가 가장 많이 꼽혔다. 개신교 교리 내용 자체보다 이를 드러내는 태도와 소통 방식이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신뢰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로는 '윤리·도덕 실천 강화'(58.6%)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봉사 및 구제활동'(19.4%)은 그 뒤를 이었다.

한국교회가 현재 가장 기여하고 있는 영역으로는 '정신적 위로 및 심리적 안정 제공'(57.8%)과 '취약계층 돌봄과 복지'(56.6%)가 꼽혔다. 반면 앞으로 가장 이바지해야 할 영역으로는 '사회윤리적 가치 형성'(57.4%)이 1위를 차지했다. 교회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과 사회가 기대하는 공적 역할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교회의 이념 성향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7.1%는 '극우'라고 인식해 '중도'(30.1%)보다 17.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응답자의 종교별로 뚜렷한 인식 차이가 있었다. 기독교인 응답자는 한국교회를 '보수적이지만 극우는 아님' 또는 '중도'로 보는 경향이 더 강했고, '극우'로 인식한 비율은 36.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타종교인과 무종교인 집단에서는 절반가량이 한국교회를 극우 성향으로 평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의 59.6%가 교회를 극우 성향으로 인식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20대는 30.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20대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교회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경향도 나타났다.

조사 책임연구원인 성석환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지금의 한국교회는 신뢰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만나고 있다"며 "공론장에서 수용 가능한 공적 언어로 사회, 정치 참여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번 조사에서 12.3 계엄을 비판하는 의견이 교회 신뢰도를 높인다는 근거 또한 찾을 수 없었다"며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절대 다수가 목사의 정치 참여에 부정적인 만큼 정치,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는 방식에 대해 교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덕 한신대 교수는 "설교에서 특정 정치 이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등의 모습이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극우 정치화 이미지와 교회 이익을 위한 행보라는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교회에 대한 구조적 불신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기윤실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2026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자료집은 기윤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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