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부터 닮았다. 지인들도 인정할 정도였다.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에서 이경록 역을 맡은 배우 문상민의 설명이다. 그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이경록을 보면 제 말투와 비슷해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전한 바 있다.
문상민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 속 이경록의 대사를 직접 읊으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저 고민이 있어요. 제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이슬란드 가고 싶어요. 그런데 돈이 없잖아요. 그래서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이런 대사들이 제 말투처럼 느껴졌어요."
이어 "지인이 제 말투대로 대사를 바꾼 게 있느냐고 묻더라"며 "전혀 없었다. 지인도 그렇게 말해주니 제가 본 게 틀리지 않았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문상민은 이경록을 표현할 때 최대한 평범한 20대 남성으로 보이고자 했다. 그는 "좋으면 좋고 슬프면 슬픈 단순하면서도, 감정이 서툴고 직관적으로 솔직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담도 있었다. 그는 "'파반느'는 이종필 감독님과 고아성 누나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품이라 두 분의 진심에 농도를 맞추려고 했다"며 "저를 믿고 캐스팅해주신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고 강조했다.
"이종필 감독 제 새로운 모습 끄집어냈죠,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문상민은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사랑해"라고 고백한 신을 꼽았다. 해당 대사는 대본에 없었다고 한다.
"원래 촬영이 다 끝났었어요. 그날 밤에도 테스트 느낌으로 혼자 찍어보다가 느낌이 좋아 감독님과 밖으로 나갔어요. 혼자 '사랑해'라고 해봤는데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웃음)"
이어 "고아성 누나는 방에 쉬고 있었는데 '누나 누나 우리 한 번만 다시 찍어보자'고 했다"며 "감독님이 즉흥적으로 신을 만들어 촬영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아이슬란드 촬영에는 이 감독과 문상민, 고아성 세 사람만 참여했다. 문상민은 "감독님이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어 했고 일주일 일정을 다 짜셨다"며 "광활한 자연 속에서 진짜 둘만 있는 듯한 느낌이 났다. 감독님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셨다"고 말했다.
이 감독과의 일화도 전했다. 문상민은 극 중 이경록이 김미정을 떠나보낸 뒤 LP 가게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도 앞선 인터뷰에서 "처음에 눈물이 나지 않아 기다려주니 문상민 배우가 '기다려줘 고맙다'고 하더라. 많은 걸 느꼈다"고 귀띔한 바 있다.
문상민은 "그 날 따라 눈물이 나오지 않아 아쉬워했다"며 "감독님이 '눈물이 중요한 게 아니야.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안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화면에는 짧게 나오지만 그때 오래 울었다"며 "새로운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의미가 없어지고 쓸모가 없어지는 쓰레기가 된 느낌이 들었는데 감독님이 제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많이 끄집어 내주셨다"고 강조했다.
"키스신 이렇게 주목받을 줄…샤부샤부 집에서 울컥하기도"
문상민은 함께 호흡을 맞춘 변요한과 고아성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이 가운데 작품 속 박요한 역을 맡은 변요한은 문상민 볼에 '볼콕'하거나 고아성을 따라 하며 재채기하는 등 재치있는 애드리브를 선보이며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였다.
그는 "변요한 형이 없었다면 문상민이 있었을까 싶다"며 "박요한이 있어 이경록이 김미정에게 말한 거 같다. 배우기도 했지만 후배로서 형의 눈빛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제(?)의 키스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문상민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변요한 형이 세게 하겠다고 해서 시원하게 한 번 했다"고 전했고, 변요한도 "이경록에게 중요한 반전 신이었는데 그 뒤로 잠시 멀어졌다"고 농담한 바 있다.
"사실 이렇게 주목받을지 몰랐어요. 분위기를 깨야 하는 상황에서 뽀뽀로는 안 될 거 같았죠. 형이 애드리브로 한 번 더 '쪽'하면서 '말하면 어떻게'라고 하는데 재미있었어요. 제가 물로 가글하는 장면도 애드리브였죠.(웃음)"
고아성에 대해서는 "저를 이경록 그 자체로 봐주셨다"며 "촬영하지 않을 때도 현장에서 응원의 눈빛으로 절 지켜봤다. 진짜 날 빛나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작품 공개 이후 인상 깊은 반응도 전했다. 문상민은 "샤부샤부(샤브샤브)집에 갔는데 옆 테이블에서 40대 추정 남성 분이 두 손을 깍지 낀 상태로 저를 바라보시더라"며 "너무 저를 알아보는 눈빛이어서 제가 화장실 가면서 인사를 하니 '파반느' 너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이렇게 감격하시니까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가고 있는 거 같아서 샤부샤부집에서 울컥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문상민은 '파반느'를 통해 "20대 중반의 얼굴을 담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누군가에게도 뜨거운 청춘이 있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봐주시고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작품을 잘 알고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며 "향후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파반느'는 공개 3일 만에 2백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7위를 차지하는 등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