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출소 한달전 부서진 오른손…치료비 핑퐁에 두 번 눈물

교도소와 위탁 계약 맺은 농협 가공사업소에서 사고
고압프레스·착유기 사이에 30분간 오른손 끼임
경찰, 작업반장 및 영월농협 가공사업소장 검찰 송치
영구 장애 가능성도…골절상에 피부 이식 수술까지
교도소-농협 측, 서로 책임 미루며 치료비 지급 지연

취재진에게 보여준 엄씨의 손은 다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축된 채로 굳어있었다. 박인 기자

"30분동안 기계(고압프레스)에 껴있었어요. 이제는 주변에서 기계 소리만 들려도 숨이 안 쉬어져요"

엄지은(가명·40)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빌려준 부동산 명의가 전세자금 대출 사기에 악용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강원도 영월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엄씨는 처음 간 교도소지만 작업을 하며 보람도 느껴, 출소 후에는 "공장에서라도 일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성실히 생활했다. 결국 가석방이 확정돼 지난해 9월 1급 모범수로 출소했다.

엄씨의 꿈은 출소 한 달 전인 지난해 8월의 어느 날 산산이 무너졌다. 그는 영월교도소와 위탁 계약을 맺은 영월농협가공사업소(농협)에서 착유 작업을 맡아왔다. 여느 때처럼 사업소로 출근한 엄씨에게 작업반장이 처음으로 기계 청소를 지시했다. 청소는 재소자 업무가 아니었지만 엄씨는 지시에 따라 고압프레스와 착유기 청소를 시작했다. 그 사이 작업반장이 고압프레스를 작동시켰고 기계가 움직이면서 엄씨의 손이 프레스에 끼였다.

엄씨는 30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옮겨졌다. 엄씨의 오른손은 그야말로 부서진 상태였다. 오른손 5개 중수골 골절과 부정유합, 수부 골간근 파열, 수부 구축, 압궤손상 등의 진단을 받았다. 사고 당일인 8월 1일 1차 수술을 받았지만 손 구축이 진행돼 음료수 뚜껑조차 열지 못할 정도로 손이 오그라들었다. 결국 올해 1월 피부이식술을 포함한 추가 수술을 받았다. 엄씨의 진단서에는 "추후 안정가료와 재활치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문제는 치료비다. 농협이 사고 초기 치료비를 일부 지원한 이후 교도소와 농협 어느 쪽도 추가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엄씨는 오른손을 제대로 쓰지 못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의료진이 영구장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는 "입원 당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안타깝다'라는 말만 하더라"며 "지금은 수백만원의 수술비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정시설장은 수용자의 건강을 유지하고 필요한 의료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가 수용자를 구금·관리하는 이상 기본적 의료보장은 국가 책임 영역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동시에 농협 역시 위탁 계약에 따라 수형자 작업을 관리한 만큼, 안전조치 미이행이 인정될 경우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교도소 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농협에서 최종적으로 지급을 해야하는데 농협의 내부 사정으로 지급을 못하고 있다"며 "만일 (교도소가) 의료비를 지출하게 되더라도 최종 고용은 농협 쪽이기 때문에 거기다가 다시 청구를 해야해서 결론적으로 저희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지급될 수 있도록 농협과 얘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교도소 관계자는 "(엄씨가) 수형자일 때는 우리 입장이지만, 현재 출소를 했기 때문에 우리 입장이 아니라 농협 쪽에서 지급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끊은 것"이라며 "시키면 안 되는 (기계) 청소를 시켜서 그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반면 농협 관계자는 "교도소에서 행정 처리가 시간이 걸리니까 치료비를 선수납을 해달라고 해서 초기 비용을 지원해온 것"이라며 "이후 교도소에 '언제까지 수납을 우리가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엄씨가) 퇴소를 하다보니 행정 처리가 어려워진 모양이다. 계약에도 (교도소 측)이 책임을 지는 걸로 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사건 발생 약 7개월 만인 지난 20일 영월농협가공사업소 김모 소장과 작업반장 박모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송치했다. 한편 교도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취재가 이뤄지자 뒤늦게 엄씨에게 연락해 치료 경과를 묻고 "치료비 지급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라며 치료비 내역을 요구했다고 한다.

엄씨가 국가배상소송이나 형사 피의자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해 치료비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소송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당장 치료비를 받기 위해 수년을 허비할지도 모르는 현실에 엄씨는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한다. 그는 아직 제대로 된 사과도, 충분한 치료비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불안한 미래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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