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대명사 '박스피', 어떻게 금쪽이 탈출했을까[계좌부활전]

박종민 기자

미국 주식시장은 '불패 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은 2007년 헤지펀드와 10년짜리 수익률 내기에서 S&P500 지수 투자만으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고, 아내에게 유산의 90%를 S&P500 지수 펀드에 투자하라는 유언을 남겼는데요. S&P500이 연평균 10% 수준의 꾸준한 상승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반면 코스피의 별명은 '박스피'였습니다. 조금 오르는가 싶으면 상승세가 꺾였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을 돌파하기까지 18년 4개월, 2000에서 3000 달성까지 또 13년 5개월이 걸렸습니다. 동학개미운동이 절정이던 2021년 코스피 상승세는 3300에서 멈췄습니다.
 
그러던 코스피가 4년 9개월 만에 4000을 돌파하더니, 3개월 만에 5000을 뚫었고, 다시 한 달 만인 지난 25일 6000을 돌파했습니다. 심지어 설 연휴를 감안하면 불과 15거래일 만에 1000포인트가 상승한 것인데요.
 
코스피 불기둥의 핵심은 '반도체 실적' 개선입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28조원으로 전년 동기 5조원 대비 5배 넘게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5~6만원을 오르내리던 주가는 이제 21만원으로 4배 올랐고요.
 
이렇게 주가가 실적을 따라가는 건 주식시장의 상식입니다. 
 
안타깝게도 예전 코스피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는데요. 2017~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2017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9조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3분기에는 17조 5천억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는데요.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기준으로 같은 기간 3만 6천원에서 4만원이 되는 데 그쳤습니다. 중간(2017년 3분기)에 정점을 찍은 5만 7천원을 유지하지 못했죠.
 
코스피도 같은 기간 2000에서 2018년 1월 2600을 고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났습니다.
 
이것이 코스피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입니다. 주가가 실적만큼도 오르지 못하고 박스권에 머무는 것인데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 핵심은 3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이 꼽힙니다. 
 
지난해 7월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한 1차 상법 개정안, 같은해 9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지난 25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들 상법 개정안의 공통점은 주주권한을 강화하는 정책입니다. 회사의 주인이 최대주주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상장사들은 자사주 소각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두 달 만에 20조원 넘는 자사주를 소각했는데요. 지난해 4분기 8조 8천억원의 2배가 넘습니다. 자사주 소각을 주도한 증권은 70%, 은행과 보험은 각 30% 넘게 주가가 상승했고요.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3차례 상법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구조적 리레이팅(재평가)'으로 나아가는 변곡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장기 보유하던 관행에 제약을 걸고 주주환원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이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확대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과 중복상장 규제 가이드라인 등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추진을 예고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코스피의 체질을 구조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키움증권 이성훈 연구원은 "후속적인 거버넌스 정책이 일관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책 동력이 소진되지 않은 상태"라며 "향후 후속적인 증시 부양 및 정상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리레이팅 국면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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