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사라진 백두대간 원시림…왕실서 보호하던 '금강송' 수탈

일제강점기 적송 벌목. 녹색연합 제공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백두대간 곳곳에서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조직적으로 벌목한 정황이 확인됐다.

27일 녹색연합은  도쿄제국대학교 부속 조선연습림에서 원시림을 수탈한 기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적송 도쿄제국대학교 조선강원도연습림'이라는 보고서에는 일제가 원시림을 수탈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벌목을 자행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적송(赤松)'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발간자가 '도쿄제국대학교 조선강원도연습림'으로 돼 있다 1931년 3월 1일 발행으로, 작성자는 조선총독부 직원이자 도쿄제국대학교 농학부 교수였던 미야자키 켄조 (宮崎兼三)였다.

보고서에는 백두대간 금강산에서 설악산 중간지대인 고성재~삼재령 사이의 남강 일원에서 원시림을 수탈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벌목한 나무는 금강소나무로 조선 시대부터 왕실에서 보호하는 '황장목'이라는 사실부터 밝히고 있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소나무인 금강소나무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해안 수계에 집중된 사실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우람하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바로 금강산 바로 아래에 있는 고성군 수동면 일대였다.

강원도연습림 금강소나무. 녹색연합 제공

조선강원도연습림은 백두대간 금강산과 설악산의 중간지대다. 백두대간 금강산~설악산 중간 산줄기에서 동
해안 지역으로 빠지는 남강 일대다. 도쿄대학교 강원도연습림은 3만 1176ha 가량 면적을 지정했다.

이곳은 본래 조선 시대 왕실의 특별보호구역이었던 황장봉산이었다. 이후 1910년 국권침탈과 동시에 조선총독부의 국유림으로 편입됐다. 이어 1912년에 도쿄제국대학이 조선총독부로부터 조선강원도연습림으로 차용 승인을 얻었다. 이듬해인 1913년 4월부터 고성군 고성면 동리에 조선연습림 사무소를 설치하고 직원을 배치시켜 원시림의 수탈에 나섰다고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사천리를 비롯해 남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 산림지역을 수탈한 것이다. 지금은 이 일대가 비무장지대와 민북지역으로 돼 있다. 이곳은 원래부터 생태계가 탁월해 지금도 우리 정부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백두대간보호구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그리고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보고서에는 조선강원도연습림의 적송 축적량을 약 160만 석(石) 가량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930년 기준 매년 벌채량은 약 4만 석으로 기록하고 있다. 4만 석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30년생 소나무 (표준 규격) 10만 본 가량 되며 대경목은 약 2만 2천본 가량 된다. 매년 원시림 2만 본 이상을 벌목한 것이다.

이렇게 벌목한 나무를 고성 남강 하류의 장전항과 원산항을 통해서 일본으로 운송했다. 구체적으로 '적송재 중 재질과 형태가 가장 우량한 강원도 동해안 지방산은 대부분 내지(일본 본토), 그중에서도 특히 오사카, 나고야 및 하카타(후쿠오카)로 직접 이송됐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적송 조선강원도연습림 보고서 표지. 녹색연합 제공

1941년 이후에는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응봉산 덕풍계곡에 산림철도를 부설해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수탈했다. 지금도 덕풍계곡에는 산림철도 노반 흔적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밝혀진 원시림 수탈의 기록은 일제강점기의 근대화가 실상은 수탈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제는 대표적인 국립대학교를 통해 한반도의 백두대간에서 산림 연구와 실습을 하는 것처럼 모양을 갖추었지만 실상은 철저한 수탈이라는 것이다. 

백두대간은 한반도 생태축으로 우리 자연과 산림의 터전이다. 원시림은 태곳적부터 이어져 오며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보전된 숲을 말한다. 현재 남한에 이런 숲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등 보호구역을 잘 보호하고 관리하면 원시림에 가까운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앞으로 30~40년 동안 더욱 철저하게 보존 중심으로 보호구역 관리를 해 나간다면 일제에 의해서 사라진 원시림에 가까운 산림생태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원시림 있던 강원 고성군 수동면 일대. 녹색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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