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매일 압사 공포"…초과밀 김포골드라인, 언제까지 버틸까

배차 간격 축소에도 여전한 '과밀 고통'
짙어진 골병라인 오명, 혼잡도 200%대
열차 편성·버스↑…5호선 연장은 '답보'
"배차 확대+5호선 연장 굴곡도 관건"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이용객들이 승강장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계단으로 인파가 밀려드는 모습(오른쪽). 박창주 기자

퇴근 무렵인 지난 23일 오후 6시 반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승강장으로 향하는 바닥 안내선을 따라 수백 명의 이용객들이 몰려들었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에는 구간별로 안내원들이 배치돼 '다음 열차를 이용해 주세요'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이동을 통제했다. 승강장까지 계단을 내려가는 데만 15분 넘게 흘렀다.
 
퇴근 시간대 인파가 몰리자 안내원이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막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열차에 탑승하려면 출입문까지 꽉 찬 인파 속에서 또 다시 기다려야 했다. 만차로 탑승을 놓친 사람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면서 "밀지 좀 말라", "어휴" 등 탄식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서호진(46·장기동) 씨는 "퇴근길인데 출근하는 것처럼 피곤하고 답답하다"며 "이 고통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벗기 힘든 '골병라인' 오명…혼잡도 200%의 공포

출근 시간대 김포골드라인 열차 안에 승객이 꽉 찬 가운데, 한 승객은 손으로 차량 벽면을 짚어 몸을 지탱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

김포시민들의 유일한 서울행 철도노선인 김포골드라인은 수년째 '골병라인'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만성적인 혼잡에 시달리고 있다.
 
26일 김포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2025년, 김포공항역 하차 기준) 김포골드라인 최대 혼잡률의 평균치는 200%에 달한다. 이는 승객들이 밀착해 이동조차 힘든 상태를 뜻한다.
 
한국철도공사의 철도통계연보를 보면, 김포골드라인의 구간별 최대 혼잡도는 개통 첫해인 2020년 225%를 기록한 이후 계속 2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옥철'로 불리던 9호선, 2호선보다 높은 1위다.
 
특히 서울로 가는 길목인 김포공항역이 주요 목적지이기 때문에, 출근 시간대 고촌역에서 김포공항 방향 구간이 가장 높은 혼잡도를 보인다.
 
김포공항역은 9호선과 5호선, 공항철도, 서해선 등 모두 5개 노선이 교차하는 수도권 최대 규모 복합환승역인 만큼, 퇴근 시간대에도 승객 쏠림이 심한 구조다.
 
김포골드라인 승강장에 승객들이 들어차 있다. 박창주 기자

이에 김포시는 2024년부터 열차 편성을 늘려 배차 간격을 2분 30초로 줄였지만, 혼잡도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열차 혼잡으로 인한 승객 부상도 해마다 300건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한 달여 만에 30건이 넘는 사고가 났다.
 
골드가 아닌 '골병' 노선으로 불리는 이유다.
 
시는 지역 내 병원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골드라인 김포공항역 하차 구역 등에 이동식 구조장비를 비치하며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소영(45·운양동) 씨는 "예전보다 열차는 자주 오지만,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엔 여전히 제때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일 압사당할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대중교통 확대 안간힘, '5호선 연장'은 답보

김포골드라인 열차 도착 정보 화면. 박창주 기자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김포시와 지역사회가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뚜렷한 돌파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김포골드라인의 승강장 너비가 좁아 열차를 2량 이상으로 늘릴 수 없는 게 근본적인 한계로 풀이된다. 승강장을 확장하려면 최소 1~2년 이상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기간 열차 운행을 멈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큰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서울 5호선의 김포 연장이다. 하지만 사업성 확보와 인천 지역과의 노선안 갈등으로 지지부진 하다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마저 늦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5호선 연장을 위한 예타 결과 발표를 서둘러 달라며 국회 청원을 진행하고,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5호선 연장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또 다시 지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포시는 대체 교통수단으로 광역버스 증차와 자체 시내버스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해 광역버스 노선 신설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4년 광역버스 2개 노선 신설 당시에도 서울시가 혼잡도를 이유로 반대해 국토교통부의 개입으로 간신히 추진됐다.
 
김포시 관계자는 "2023년부터 70번 등 자체 버스를 신설하고, 대체 교통수단을 확대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주택 개발을 고려할 때, 5호선 연장과 2호선 지선 연장 등 철도 노선 추가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배차 확대 필수…5호선 연장 시 굴곡도 중요"

인천 2호선의 경우 향후 4개 차량으로 확대할 것에 대비해 승강장이 넓게 조성돼 있다. 박창주 기자

전문가는 배차 간격을 줄이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승강장 크기 문제로 차량 수를 늘릴 수 없는 만큼, 배차 간격을 줄여 승객 분산을 시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영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김포골드라인은 대부분 승객이 한쪽 끝인 김포공항역에서 내리고 타기 때문에 혼잡도가 심각하다"며 "당장 차량 수를 늘리지 못하므로, 차량 편성 확대 외에는 이렇다 할 답이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또한 5호선 연장에 대해서는 "김포 지역의 승객 분산 효과를 보려면, 노선의 직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굴곡이 심하면 김포골드라인의 속달성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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