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 '먹튀' 막는다…정상가 판매·반출 지연 정조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수입품 가격 안정과 할당관세 신뢰성 제고를 위해 부정행위 가능 품목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할당관세 제도 개선에 나섰다.

2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할당관세는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품에 대해 최대 40%p까지 관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제도다.

재경부가 품목·세율·물량을 결정하면 농림축산식품부 등 주무부처는 할당 수입 물량을 각 수입업체에 배정해 줄 추천대행기관을 선정해 추천을 위임한다. 추천대행기관이 수입업체별 추천서를 발급하면 수입업체는 이를 세관에 제출해 관세 혜택을 받는 구조다. 허위 추천이나 조건 위반 시에는 관세 추징 등 제재가 따른다.

하지만 일부 업체가 관세 혜택만 받고 통관이나 유통을 지연하는 방식으로 정책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재경부에 따르면 2022~2023년 할당관세로 지원한 소고기 등 축산물을 보세구역에서 지연 반출한 23개 수입업체가 적발돼 총 185억 원의 관세가 추징됐다. 또 물가안정 목적의 할당 품목 가운데 수입신고를 늦게 해 가산세를 부과받거나, 추천 조건을 위반해 검찰에 송치된 사례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2일 "물가 관리를 위해 정부가 할당관세를 통해 수입가를 낮췄더니, 허가 업체들이 판매가를 낮추기는커녕 정상가로 팔아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하며 엄정한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 같은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통관 및 유통 단계에서 부정 발생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집중관리 품목'으로 지정하고 관리 장치를 강화했다.

재경부 최재영 관세정책관은 "냉동 육류, 식품 원료와 같이 저장성이 있는 품목, 통관 지연 등 위반 전력이 있는 품목, 유통 체계가 복잡한 품목 등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관 단계에서는 추천서 발급 시 반출 기한을 명확히 설정하고, 수입신고 지연을 막기 위한 수입신고지연가산세 부과 기준도 현행 '보세구역 반입일로부터 30일 경과 시'에서 '20일 경과 시'로 강화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물가 안정을 위해 신속한 공급이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 부처의 요청에 따라 세관장이 직접 반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세관장의 반출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보세구역 의무 위반에 따른 기타 제재(수입신고 수리 물품을 15일 내 반출하지 않을 경우 100만 원 과태료)보다 높은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향후 할당관세 물량 배정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유통 단계 관리도 강화된다. 수입업체는 시장에 신속히 공급하고, 실제 공급 실적과 판매 가격을 증빙해야 한다. 현재 설탕은 수입신고 수리일로부터 180일 이내 실수요업체 공급 내역을 증빙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다른 품목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다단계 유통 구조를 개선해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 직공급 비중을 늘리고 소비자 직거래를 확대하기로 했다. 유통 구조 개선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는 향후 할당 추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거나 정부 지원 할인 행사 참여가 제한된다. 할당관세 품목의 수입·유통·판매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전담 기구도 지정한다.

정부는 또 추천서와 통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유통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사후 적발 중심이 아닌 상시 관리 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최 정책관은 "정부는 농식품부, 관세청 등 관계 기관이 추천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특히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에 대해서는 추천서에 보세구역 반출 기한 정보를 표기하도록 해 세관이 이를 꼼꼼히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단속과 제재도 강화한다. 할당 품목의 보세구역 반출 지연을 반복하거나 할당 적용 기간 동안 수입 가격을 고의로 부풀려 신고하는 업체 등은 집중 관세조사를 받게 된다.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 할당관세 추천을 받거나 고의로 보세구역 반출 의무를 위반하는 등 할당관세를 악용한 기업에 대해서는 고강도 특별수사도 추진한다. 정부는 혐의가 확인되면 관세포탈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할당관세 점검 및 제도 개선을 통해 세금 혜택이 기업의 단기 이익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가격 안정과 정책 목적 달성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정부는 고환율과 유가 상승, 먹거리 물가 불안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이후 매년 100여 개 품목에 대해 1조 원 이상 규모의 할당관세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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