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33) 9단이 세계 최대 우승 상금이 걸린 기선전의 첫 판에서 승리했다. 기선전은 1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 대회 중 최고 상금(우승 4억 원·준우승 1억 원)을 자랑한다.
박정환은 25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특설 대국장에서 열린 제1회 신한은행 세계기선전 결승 3번기 1국에서 중국 랭킹 '톱3'에 포함되는 왕싱하오(22) 9단을 상대로 15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그(백)는 이날 별명대로 '무결점 바둑'을 과시했다. 대국 초반 선(先) 실리 후(後) 타개 전술로 국면을 리드했다. 왕싱하오(흑)의 거센 대마 공세에도 빛나는 타개 솜씨를 선보였다. 백은 전투 도중 흑의 실착(115·117수)을 놓치지 않았다. 좌중앙 흑 두 점을 잡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흑의 착각이 이어졌다. 결국 승부는 154수 단명국으로 마감됐다.
왕싱하오는 중국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대회 8강에서 우승 후보 신진서 9단에게 완승(259수 끝 흑 불계승)을 거둔 돌풍의 주역이다. 지난해 4월 '북해신역배'에서는 첫 세계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박정환은 이번 승리로 통산 6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까지 1승을 앞두게 됐다. 우승할 시 2021년 '삼성화재배' 이후 5년 만의 메이저 타이틀 획득하게 된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쉬하오홍(중화타이베이), 양카이원(중국), 이치리키 료(일본), 당이페이(중국) 등의 세계 일류 기사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날 결승 1국에서 왕싱하오까지 제압하며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기량을 뽐냈다.
박정환은 2013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무려 59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를 수성한 바 있다. 다만 2020년 1월 이후 신진서에 눌려 6년이 넘게 2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번 결승전이 각별하다. 신진서가 왕싱하오의 벽에 막혀 획득하지 못한 왕좌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국 후 박정환은 "중앙 흑 두 점을 잡으면서 승리를 예감했다"며 "중반 이후 초읽기에 안 몰렸던 점이 흔들리지 않았던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승리 요인을 밝혔다. 이어 "2국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부보다는 관리에 집중하겠다. 꼭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결승 2국은 26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박정환이 2국에서 승리하면 초대 우승컵의 주인공이 된다. 왕싱하오가 반격에 성공할 경우 최종 3국은 27일 열린다.
한편 이날 대국장에는 배우 박보검과 '바둑 레전드' 이세돌이 깜짝 방문해 응원전을 펼쳤다. 박보검은 박정환과 왕싱하오에게 명승부를 기원하는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4억 원이다.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제한 시간은 피셔(시간누적) 방식으로 30분에 추가 시간 20초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