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수유동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20대 여성 김모씨가 도주가 용이하고 은폐된 곳으로 점차 범행 장소를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처음에는 카페 앞 자동차에서 약물을 먹였다가 노래주점, 숙박업소 등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는 장소를 선택해 범행 장소를 옮긴 것을 두고 치밀한 계획범행 정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씨의 약물 범행 피해자는 ①지난해 12월 14일 남양주의 한 카페에서 기절한 20대 남성 ②올해 1월 24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노래주점에서 쓰러진 30대 남성 ③1월 28일 수유동 모텔에서 사망한 20대 남성 ④2월 9일 수유동의 다른 모텔에서 사망한 20대 남성 등 총 네 명이다. 첫 번째 범행은 김씨 주거지에서 다소 떨어진 경기 남양주에서, 나머지 세 건은 모두 주거지 인근인 수유동에서 일어났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 장소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는 1차 범행(지난해 12월 14일) 당시 남자친구에게 차량 내부에서 수면제 음료를 먹였지만 피해자는 공공장소인 카페에서 의식을 잃고 이틀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피해자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긴 것은 현장으로 달려온 남성의 부모였다.
새롭게 확인된 2차 범행(지난 1월 24일) 장소는 노래주점이다. 앞선 범행 때보다 폐쇄적인 곳을 선택한 것이다. 피해자인 건장한 체격의 30대 남성은 김씨가 건넨 음료를 마시고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범행 후 현장을 빠져나오려던 김씨는 노래주점 주인을 만나 붙잡혔다고 한다. 김씨는 결국 직접 119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까지 맞닥뜨렸다. 이번 역시 피해자 부모가 현장을 찾아 직접 피해자를 데리고 갔다.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3차 범행(1월 28일)은 2차 범행 후 단 며칠 만에 벌어졌다. 김씨는 3차 범행 전 챗GPT에 '수면제와 술을 같이 먹으면 어떤가' '얼마나 같이 먹으면 위험한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가' 등 여러 차례 질문을 던졌다. 실제 김씨는 전보다 약물을 2배 이상 넣은 숙취해소제를 준비해 피해자들에게 건넸다. 치밀한 계획 범행 정황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3차, 4차 범행은 숙박업소 방 안에서 벌어졌다. 완전히 은폐된 만큼 외부의 시선이나 개입이 차단되는 곳으로 장소를 옮긴 것이다. 김씨가 범행 후 현장에서 벗어나기도 용이한 곳이다. 경찰은 김씨가 의도적으로 범행 장소와 수법을 바꿨고, 약물의 치명적 효과를 인지한 상태에서 투약량을 조절했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범행을 거듭하면서 일종의 시행착오나 좌절을 겪으며 점차 진화한 흔적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김씨는 노래방 2차 범행 후 직접 피해자를 신고했고 첫 사망자가 나온 3차 범행 때는 경찰 참고인 출석 요구까지 받았다"라면서 "자신이 수사기관에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됐지만 범행을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주기도 짧아졌다. 피해 남성들에 대한 일종의 강한 통제욕이 발현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추가 피해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 피해자가 4명이고 김씨와 SNS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언론에 인터뷰한 2명이 더 있다. 접촉한 남성이 확인된 것만 6명에 이르는 것"이라면서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