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의 천국' 중국, 노인들은 왜 소외될까[베이징 노트]

중국인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타오바오 앱의 일반 모드(왼쪽)와 시니어 모드. 글씨가 약간 커진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 타오배오 앱 캡처

중국은 일상생활이 휴대폰 하나면 다 가능할 정도로 디지털 기술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대중교통은 물론 노점에서도 알리페이나 위챗 같은 결제 앱을 통해 손쉽게 계산이 가능하다.
 
타오바오에 들어가면 없는 물건이 없고, 메이투안에서는 원하는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다. 음식이며 생활 필수품에 가전제품 등 모든 것을 휴대폰 하나로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촘촘한 배달망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저녁에 주문한 물건이 그날 밤에 오기도 한다.

베이징 거리에는 노란 또는 파란 조끼를 입은 라이더가 교통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속 배달이 가능한 이유이지만, 이는 청년층 등의 일자리 부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국 앱은 단점이 있다. 우선 글자가 너무 작아 읽기가 불편하다. 중국이 간체자를 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형문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력이 약해진 중장년층이나 노인들이 쓰기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작은 글씨 뿐아니라 화면도 다소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다. 이 역시 노인들에게는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 2021년부터 앱 개발 회사들에게 노인들을 위한 큰 글씨 모드, 메뉴·아이콘·화면배치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의 간소화, 음성·방언 인식 기능을 도입하도록 권고했지만 큰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타오바오 앱을 통해 시니어 모드를 설정해 봤다. 화면 오른쪽 아래 '我的'(마이페이지)를 누르고 오른쪽 위 '设置'(설정) 아이콘을 통해 '长辈模式'(시니어 모드)를 클릭하고 '开启'(활성화)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 과정을 비교적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결과물이다.
 
일부 글씨가 조금 커지고 알고리즘이 노출시켜주는 상품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기존 버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상품을 설명하는 글씨는 여전히 작았고, 복잡한 UI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인들은 자녀나 가족에게 대신 주문이나 결제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변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하나 같이 노인들이 앱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글씨와 소리가 작고, 조작이 복잡해서 불편해 한다"거나 "회원가입, 결제 등 사용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전화 걸기와 문자 보내기 외에는 다른 앱의 구체적인 기능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는 노인들도 있다.
 
65세 이상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한 중국이지만, 생활의 필수품아 된 앱은 노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이다. 왜 그럴까.
 
이는 중국의 앱이 젊은층을 대상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화면에 더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작은 글씨와 복잡한 UI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령층의 시력 저하나 디지털 적응 문제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좀 파격적인 제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용빈도가 높은 앱은 처음부터 '시니어 모드'를 기본값으로 하는 방법이다. 필요한 사람은 '주니어 모드'를 선택·전환할 수 있다. 디지털에 서툰 노인층 보다 젊은층이 스스로 원하는 모드를 선택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에서다.
 
앱을 좀더 노인 친화적으로 설계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경제학자는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앱의 출시를 금지하는 등 법률을 통해 노인 친화적인 요소를 앱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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