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세가 파죽지세다. 5천에서 6천까지 한 달여 만에 돌파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가 박스권에서 숨 고르기 중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반도체 실적 전망치 상승세가 코스피 랠리를 견인하는 가운데 뉴욕증시의 발목을 잡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수익성 우려가 오히려 코스피에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사천피 '4년 9개월'→오천피 '3개월'→육천피 '한 달'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사상 처음으로 '6천시대'에 진입했다. 코스피가 장중 기준 1월 22일(5019.54), 종가 기준 1월 27일(5084.85) '오천피'를 기록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새 역사를 썼다.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44.4%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코스피 상승 속도도 가파르다. 코스피는 3천을 돌파한 지 4년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사상 첫 4천고지를 밟았다. 이어 3개월 만에 5천을 돌파하더니 6천 달성에는 불과 한 달이 소요됐다.
반면 뉴욕증시는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S&P500은 지난달 28일 장중 7002.28로 사상 첫 7 돌파 이후 6800~6900선을 오르내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같은날 2만 3988.27을 찍은 이후 최근 2만 2천선에서 머문다.
뉴욕증시 부진의 원인은 AI로 인한 불확실성이 꼽힌다.
앤트로픽이 지난달 출시한 '클로드 코워크'가 압도적 성능을 선보이자 다른 AI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됐다. 이어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무효화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시트리니 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보고서'가 투자심리 악화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 보고서는 AI 확산으로 고소득 사무직의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소비없는 경제 성장'이라는 기형적 경제구조가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을 담았다.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다소 전향적인 시나리오지만 오픈AI, 구글, 앤트로픽의 글로벌 최상위(SOTA) 모델 경쟁이 심화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시장이 시트리니 리서치 보고서에 주목했다는 건, 그만큼 현재 투자자들이 AI로 인한 산업과 고용시장 충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AI 경쟁, 오히려 코스피 '기회'…머니무브 추세도
코스피 상승세의 핵심은 여전히 반도체 실적 기대다.최근 한 달 사이 순이익 전망치는 삼성전자 36.8%, SK하이닉스 56.9% 등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8.9배와 5.7배로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 10.8배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이 같은 반도체 실적 개선세는 관련 지주사로 온기가 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SK스퀘어와 SK가 순이익 전망이 한 달 만에 각각 33.4%와 47.2% 상승했고, 삼성물산도 8.1% 뛰었다.
DS투자증권 양형모 연구원은 "한국 지수는 현재 비싸지 않다. 미국 비교 종목 대비 40~70% 할인 거래되고 있다"면서 코스피 예상 지수로 7을 제시했다.
또 미국의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할수록 반도체 수요가 확대하는 만큼 코스피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AI의 효율성이 극대화할수록 이를 구동하기 위한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한국과 대만 등이 수혜를 입을 국가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3차 상법개정안과 다주택자 때리기… 정책이 뒷받침
여기에 코스피는 증시 친화적 정책이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를 모은 3차 상법 개정안은 전날 국회 문턱을 넘었다.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도 오는 5월 9일 다시 시행된다. 이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이동시키는 '머니무브'를 이끌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주식시장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최근 108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당분간 코스피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신한투자증권 이정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대만의 경우 올해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8.5%인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5배"라며 "우리나라는 ROE가 16.4%인데 PBR은 1.7배로 밸류에이션이 과하지 않다. 레벨로 보더라도 증시가 더 갈 수 있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도세는 불안 요소로 꼽힌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12조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매도 종목도 삼성전자(8조 7천억원)와 SK하이닉스(4조 2500억원), SK스퀘어(5400억원), 삼성전자 우선주(5천억원) 등 '반도체 투톱'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평가된다. 거래소는 코스피 향후 전망에 대해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와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 미국과 이란 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은 경계 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