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km 빙벽 아래 '여의도 8배' 호수…극지硏, 남극 '청석호' 지도 완성

극지연구소, 탄성파 탐사로 빙저호 세부 구조 정밀 규명
120m 퇴적층에 고대 환경 기록·미생물 생존 가능성
2029년 시추 추진…2.2km 깊이 시추는 전례없는 도전

청석호 모식도와 탄성파 탐사자료 분석. 극지연구소 제공

2.2km 두께의 거대한 남극 빙하 아래 잠들어 있던 거대 호수 '청석호'의 정밀 지도가 우리 연구진에 의해 완성됐다. 수천만 년 동안 외부와 단절되어 '지구 속 외계'라 불리는 빙저호(Subglacial Lake)의 세부 구조가 명확히 드러나면서, 2029년으로 예정된 직접 시추 탐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청석호 위치.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25일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동쪽으로 270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빙저호 '청석호'의 내부 구조를 탄성파 탐사 기술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탄성파 탐사는 지표면에서 인위적인 진동을 발생시킨 뒤 지하 지질 경계면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파동을 분석해 하부 구조를 파악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석호는 약 2.2km 두께의 빙하 아래 위치하고 있으며 그 면적은 여의도의 약 8배인 23㎢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수의 수심은 최소 10m 이상이며, 특히 호수 바닥에는 약 120m 두께의 퇴적층이 두껍게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주현태 연구원은 "이 퇴적층은 과거 남극의 환경 변화 기록이 고스란히 저장된 보관소이자, 빛조차 들지 않는 극한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미지의 미생물들이 존재하는 서식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빙저호는 거대한 빙하의 압력과 지열이 맞물려 하단부 얼음이 녹으며 형성된다. 수만 년 이상 고립된 환경 덕분에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같은 얼음 천체와 유사한 환경을 지니고 있어, 우주 생명체 탐사를 위한 핵심 연구지로도 가치가 높다. 이번 연구는 이처럼 접근이 어려운 빙저호의 내부 구조와 두께를 사전에 정밀하게 파악함으로써, 향후 시추 위치 선정의 오류를 줄이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더 크라이오스피어(The Cryosphere)' 지난달 호에 게재되었다

극지연구소 제공

특히 이번 성과는 세계적인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에 빙저호 시추에 성공했던 미국 연구팀조차 1km 안팎의 빙하에서 작업했던 점을 감안하면, 2.2km 깊이의 청석호 시추는 전례 없는 도전이 될 전망이다.

호수의 명칭인 '청석(靑石)'은 대한민국 극지 연구의 기틀을 닦고 아시아 최초로 남극과학위원회(SCAR) 의장을 역임한 김예동 전 극지연구소 소장의 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와 협력해 오는 2029년 청석호 본 시추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남극에서도 가장 깊고 비밀스러운 영역인 빙저호를 탐사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우리만의 독보적인 탐사 기술로 빙저호를 미리 살펴볼 수 있게 된 만큼, 시추 성공 가능성을 한 차원 높여 세계 극지 연구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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