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주재기자에게 신문 판매 부수와 대금 납부를 강제한 이른바 '지대' 약정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방지, 주재 기자에 "우월적 지위 이용한 사실상 신문 강매"
24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단독(고상영 부장판사)은 광주 지역 일간지 모 신문사 주재기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재판부는 회사가 A씨에게 2억 5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회사가 실제 신문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매달 일정 금액의 '지대'를 납부하도록 강요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광주 광산구 주재기자로 근무하면서 지사 운영계약에 따라 책임 판매 부수에 해당하는 구독료 명목의 지대를 부담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급여는 공제 전 월 190만 원에서 400만 원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최소 110만 원에서 최대 280만 원이 지대 명목으로 공제되거나 별도로 납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2억 5천만 원…광고수수료·보증금까지 반환
A씨가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직접 납부한 지대는 모두 1억 8500원이다. 여기에 광고를 수주하고도 받지 못한 광고수수료 5천여만 원(지대와 맞춰 빼버린 금액)과 계약 당시 맡긴 보증금 2천만 원을 더한 금액이 부당이득으로 인정됐다.재판부는 "지대 약정은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실상 신문 구입을 강제한 것이다"며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하고 민법상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무효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가 수령한 지대 및 상계 금액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대 거부하면 계약 해지"…고용까지 위협한 구조
재판부는 계약 구조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A씨와 회사가 체결한 근로계약에는 '지사 해약 시 주재기자의 근로관계도 종료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또 지사 운영계약에는 회사가 판매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별도 예고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구조에서 지대 납부를 거부할 경우 지사 계약이 해지되고, 곧바로 근로관계까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실상 지대 약정을 따르지 않으면 고용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구조로 단순한 금전 부담을 넘어 해고 위험이 내재된 계약 체계라고 판단한 것이다.
소멸시효 10년 적용…"관행에 제동"
반면 모 신문사 측은 A씨가 반환을 요구한 지대가 지사 운영계약에 따라 지급된 금원으로 계약에 따른 정당한 지급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해당 계약은 상행위에 따른 거래 관계로 일반적인 근로관계와는 성격이 다르다고도 항변했다.또 이 사건 반환청구에는 상법 제64조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이 단순한 상거래 분쟁이 아니라 무효인 계약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문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과거 10년간의 지대 납부액이 반환 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주재기자는 특정 지역이나 기관에 상주하며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를 말한다. 광주 지역 대부분의 일간지는 광산구와 전남 22개 시·군 등에 주재기자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취재보다 협찬 유치나 신문 배급 등 지국·출입처 관리 업무에 더 치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