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승리는 우리 것'…러 대사관 "철거 예정"

22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건물 외벽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을 앞두고 주한 러시아대사관이 서울 도심에 러시아어로 '승리는 우리 것'이라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걸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대사관은 "일반적인 관행이며 해당 문구는 독일에 대한 승리를 가리킨다"면서도 철거를 예고했다.
 
23일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주한러시아대사관은 서울 정동에 위치한 대사관 건물 외벽에 러시아 삼색기를 배경으로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해당 문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구호로 쓰였다.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법이며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은 유엔헌장 및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같은 우려를 러시아대사관 측에 전달하고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고 한다. 다만 외교공관에 대한 불가침을 규정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정부가 해당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논란이 되자 이날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이번 현수막은 2월에 있는 러시아 공휴일인 외교관의 날(2월 10일) 및 조국수호자의 날(2월 23일)을 계기로 설치된 것"이라며 "대사관 구역 내 각종 홍보물을 설치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밝혔다. 기념행사가 종료되면 해당 현수막을 계획에 따라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현수막의 문구에 대해서도 "파시스트 독일에 대한 승리를 위해 소비에트 인민이 동원됐던 역사를 비롯해 러시아 역사상의 여러 영광스러운 장면들과 연결돼 있다"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누구의 감정도 해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우전쟁 4주년을 앞두고 전쟁을 연상시킬 수 있는 문구로 주재국 도심 한복판에서 선전을 벌인 데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대해 '북한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과 맞물리며 외교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대사관은 오는 24일 대사관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집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향후 예정된 집회 등과 관련해서도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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