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9·김포시청), 권순우(28·국군체육부대)의 뒤를 이어 한국 남자 테니스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한때 기대를 모았다. 이제 군 복무를 마치고 2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자비로 해외 투어에 나서는 열정을 보이며 못 다 피문 꿈을 이루려 하고 있다.
한국 테니스 유망주의 산실 장호배 우승자 출신인 김동주(23·김포시청) 이야기다. 2019년 마포고 2학년 시절 김동주는 양구고 3학년 김근준을 넘어 정상에 오르며 기대감을 키웠다.
당시에도 185cm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김동주는 강력한 서브와 포핸드 스트로크가 장점으로 꼽혔다. 당초 김동주는 육상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육상을 하려 했지만 테니스에 입문했다. 권순우, 홍성찬(국군체육부대)의 홍연초등학교 5년 직속 후배로 두각을 나타냈다.
김동주는 2014년 국제테니스연맹(ITF) 아시아선수권 1차 대회 14세 이하 우승하며 잠재력을 뽐냈다. 2018년 호주 오픈에서 한국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 4강에 오른 정현을 이을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김동주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급 선수로까지는 성장하지 못했다. 2022년 여수 오픈 단식, 2023년 한국실업연맹전 복식 등 국내 대회에서는 우승했지만 국제 무대의 벽은 높았다. 정현에 이어 권순우가 한국 최초 ATP 2회 우승을 이루며 테니스의 황금기를 이루는 동안 계보를 이을 선수로 크지 못했다.
그랬던 김동주는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를 마친 지난해 ITF 국제 대회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11월 하나증권 김천국제남자 1차 대회(총상금 1만5000 달러) 단식 결승에서 학창 시절 라이벌 추석현(안동시청)을 2-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7월 제대 후 4개월 만에 거둔 값진 결실이었다.
최근 후원사인 바볼랏코리아의 행사에서 만난 김동주는 "군 복무 뒤 지난해 4주 동안 해외 투어에 나섰다"면서 "소속팀이 있는 만큼 국내 대회가 우선이었지만 비는 일정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유럽, 아프리카에서 한 달 동안 ITF 퓨처스 대회를 뛰었는데 스페인 나달 아카데미에서 열린 마나코르 대회 복식 3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대회 단식 3위에 올랐다"면서 "라파엘 나달도 직접 봤다"고 귀띔했다.
투어는 자비로 다녔다. 김동주는 "국제 대회 입상을 하면 상금이 나와서 어느 정도 충당이 되지만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투어 통장을 따로 만들었는데 월급을 받으면 절반은 저금하고 절반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대회에 더 많이 나가게 되면 저금을 못할 수도 있는데 뛰고 싶어서 열심히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치도 없이 혼자 투어를 소화해야 하는 힘겨운 일정이다. 김동주는 "대회를 뛸 수 있을 만큼 영어도 어느 정도 되고 재미있게 즐긴다"면서 "지난해 싱가폴, 태국, 일본을 다녀왔는데 메인 호텔을 잡으면 셔틀 버스도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안정적인 실업 선수 생활에도 쉽지 않은 해외 투어에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10대 때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더 큰 무대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동주는 "정현 형처럼 그랜드 슬램에서 뛰는 게 목표"라면서 "국가대표로도 선발돼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아시안게임에도 나서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김동주는 "국내 랭킹 6위, ITF 랭킹은 800위권 초반"이라면서 "실력을 입증해 대표팀에서 찾을 선수가 돼야 한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현재로서는 6명을 뽑는 국가대표에 선발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김동주는 "열심히 하면 무조건 경쟁할 만하다고 느끼고 자신이 있다"고 강조한다.
원하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후회는 남기지 않고 싶다. 김동주는 "선수로서 지금 아니면 못 하기 때문에 안 돼도 내가 부족한 거니까 후회 없이 도전해보고 싶다"면서 "투자하는 돈도,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은퇴해서도 코치의 삶을 살면서 선수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큰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더 힘을 낼 수 있다. 김동주는 "5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가 있는데 힘든 선수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사람"이라면서 "여자 친구를 생각해서라도 더 잘 하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같은 팀 정홍, 손지훈 형에게 투어 때 극복하는 방법, 전술 등 많이 배웠다"면서 "2022년부터 지원해주는 바볼랏에도 보답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단 김동주는 실업팀 입단 뒤 첫 우승의 기억이 있는 여수 오픈에 나선다. 이후 중국이나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 출전으로 올해 해외 투어를 시작할 예정이다.
자신의 장점으로 구체적 기술보다 "에너지, 스피드와 파워가 있어 끈질기게 한다"고 꼽은 김동주. 본인의 평가처럼 기약이 없는 해외 투어를 끈질기게 버텨 못 다 이룬 꿈을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