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위법 판결에도…각국, 무역협정 재검토 가능성 낮아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한 입장을 전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지만, 이를 계기로 각국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통상 및 법률 전문가들은 주요 교역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무역협정을 되돌리기보다는 기존 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법적 논란과 별개로,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안보와 방위 협력 등 비통상 영역에서 미국의 역할이 절대적인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통상 분야에서도 미국이 다양한 보복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각국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관세에만 적용된다. 반면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자동차·철강·반도체·의료용품 등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거나 파기할 경우, 미국이 핵심 산업을 겨냥한 추가 관세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우 협정 전면 재검토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의회가 협정 비준 연기 여부를 논의하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협상 자체를 흔드는 수준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이먼 에버넷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수위를 낮추기보다는 다른 형태의 불확실성으로 대체된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특히 향후 고율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협상 상대국에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단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10%의 전면 관세를 다시 도입했고, 하루 뒤 이를 15%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당 조치는 의회의 별도 승인 없이 최대 150일간 유지될 수 있다.

다만 일부 국가는 이번 판결을 협상 전략에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싱크탱크 브릿지 인디아의 프라틱 다타니 설립자는 "이번 결정이 인도와 같은 교역 상대국의 협상력을 일정 부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정치 일정 변화를 지켜보며 협상 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이달 초 미국과 무역 관련 잠정 합의에 도달한 뒤 후속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의 협상과 관련해서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히며 기존 통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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